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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MB 물가정책 ‘기업들 쥐어짜서…’

등록 2011-02-14 19:50

환율 방어·부동산 띄우기엔 정책수단 동원
거시정책 기조 여전히 ‘성장’
“상반기 중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 거시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는 가운데 경기, 고용상황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운용하겠다.”

지난 1월13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의 일부다. 같은 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정부와 한은이 ‘물가 잡기에 올인’했고, 경제정책 기조의 무게중심이 기존의 ‘성장’에서 ‘물가’로 옮겨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왔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 이런 관측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번달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외환당국은 고환율 유지를 위해 시장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대신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권 등을 동원해 기업한테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내리도록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거시정책 방점은 여전히 ‘고성장’에 두고, 물가 쪽은 ‘기업 팔 비틀기’로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나온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까지 치솟았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은은 지난 11일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동결했다. 경기와 부동산시장 위축을 우려한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금리인상 대신 원화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을 용인해 물가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어긋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장중 한때 1102원까지 하락했으나 결국 1100원을 깨지 못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날 장 막판에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유입돼 환율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환율은 이후 급등락을 거쳐 14일 현재 1122.80원에 머물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정부가 ‘1100원’을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 띄우기’는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7일 “전세난을 잡기 위해서는 매매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연장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11일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시장 안정 보완대책’도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혜택을 뼈대로 하고 있다.

정부의 태도는 기획재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물가 관련 언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재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에서 “공급 측면의 물가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급’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물가상승은 일시적 성격의 공급부문 충격에 기인된 바가 크다”고 재차 언급했다. 물가상승 원인은 크게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 쪽과 경기가 좋아져 소비가 늘어나는 수요 쪽으로 나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일반적으로 ‘공급’ 쪽 원인을 강조하는 주장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고 정책금리 인상으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가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 쪽에 금리 동결 필요성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거시정책 기조는 여전히 고성장과 수출 촉진, 부동산경기 살리기에 맞춰져 있지만, 정부의 ‘물가와의 전쟁’은 최근 더욱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윤증현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공정위원장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일제히 나서 기업들에 가격을 내리라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요금과 기름값에 대해서는 사상 최초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가격인하 요소가 없는지 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이런 정책 조합을 통해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 등 물가상승 원인은 외면하고, ‘두더지게임’처럼 개별 가격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전방위적 물가상승세를 잡을 수 없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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