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곡물 가격 추이
밀·옥수수 작년6월 견줘 2배↑
3월께 가격 반영…물가 비상
3월께 가격 반영…물가 비상
올 들어 국제곡물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2008년을 능가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악몽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치솟기 시작한 국제곡물가격은 3월께부터 국내 수입가격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동안 상당 부분 인위적으로 억 제했던 밀가루와 식용유, 설탕 및 사료값 등의 전방위적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곡물시장의 밀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t당 346달러로, 지난해 말(t당 303달러) 이후 한 달여 만에 14.2%나 치솟았다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9일 발표했다. 옥수수 값도 t당 267달러로 지난해 12월의 231달러보다 15.1% 폭등했고, 콩은 연말의 484달러에서 이달 4일 527달러로, 8.9% 뛰어올랐다. 지난해 7월 이후의 국제곡물가격 오름세가 올 들어서는 폭등세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승세를 타기 전인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밀과 옥수수가 각각 96.6%, 94.9%씩 갑절가량 폭등했고, 콩도 51.0%나 상승했다.
여러 저개발국의 식량폭동을 불러일으켰던 2008년의 ‘러시아발 애그플레이션’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밀·콩·옥수수 등의 국제곡물가격은 2008년 당시 최고 가격을 기록했던 7~8월 수준에 거의 육박했다.
성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곡물값 폭등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곡창지대가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피해를 입은 데 따른 것이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곡물가격은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에 반영되는데, 이달 이후 본격적으로 밀가루·식용유·당을 비롯한 식품가격의 큰 폭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두배가량 뛰어오른 돼지고기 가격은 사료값 인상 충격까지 더해져, 장기 상승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국제곡물가격 동향’ 자료에서, 밀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폭우와 미국 중서부 곡창지역의 기온 하강, 옥수수는 아르헨티나의 가뭄과 미국의 재고량 감소 전망, 콩은 면화가격 강세로 인한 파종면적 감소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설탕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의 폭우 피해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제시장의 설탕 값이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폭등하기도 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미국과 남미로부터 각각 옥수수와 대두 수입량을 늘리는 등 각국의 식량 확보 경쟁도 곡물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급률이 평균 5%에 못 미치는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국내 비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 파고에 전면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9일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 관계자 등이 모여, 주요 곡물의 국내 비축 방안 마련 등을 뒤늦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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