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아파트 전세 매매 가격 등락 추이
아파트값 16주연속 상승…전국 거래건수도 살아나
“전세수요 매매 전환” 분석 속 “단기적 반등” 지적도
“전세수요 매매 전환” 분석 속 “단기적 반등” 지적도
경기 분당신도시의 83㎡ 아파트를 2년 전 1억7000만원에 계약해 전세를 살고 있는 30대 회사원 ㅇ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 7000만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고 은행 빚이라도 내서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알아보니 현재 시세는 4억원대로 전셋값에 1억6000만원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한때 5억원까지 치솟았던 인근 용인의 아파트가 반토막 나는 상황을 목격했기에 결정이 쉽지 않다.
새해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전국 아파트 값이 16주 연속 상승하는 등 매매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케이비(KB)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지난 10일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에 비해 0.2% 올랐고, 지난해 말보다는 0.3%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일까지 상승률은 부산 0.9%, 대전 0.6%, 광주·울산 0.4%, 대구 0.3% 등으로 여전히 지방이 주도하고 있고, 수도권은 서울 0.1%, 인천 0%, 경기 0.1% 등으로 전국 평균 0.3%를 밑돌았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급매물 위주로 일부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25개구 중 올 들어 아파트 값이 오른 곳은 12개구로, 서초·양천·광진·송파·동작·금천구는 0.2%, 강남·성동·서대문·용산·성북·마포구는 0.1%씩 올랐다.
지난해 5~9월 3만건대였던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도 12월 6만3000건으로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중개업소를 상대로 한 전국 매매시장 동향 조사에서도 매도세 우위(43.1%)가 매수세 우위(18.4%)보다 여전히 높았지만, 지난해 11월1일의 매도세 우위 51.4%, 매수세 우위 13.8%에 비해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경매시장에서는 수도권의 3억원 이하 소액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은 올 들어 14일까지 감정가 3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평균 83.9%로 지난해 12월보다 1.1%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85.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인데, 전셋값이 부담돼 싼값에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몰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전셋값은 매매를 보류한 전세 유지 수요와 학군 수요, 봄 이사철에 대비한 이사 수요가 몰리고 서울 도심의 공급 부족이 외곽으로 번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 첫 2주 동안 전국 평균은 0.6%, 서울은 0.8% 상승했다. 전세 수급 동향조사에서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중개업소가 83.7%로 전주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없으면 일부 매매 대기 수요가 주택 매입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러나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정남수 부동산경제팀장은 “금리인상과 실업률 증가, 신규주택 수요층인 20~30대의 소득 하락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의 경우 전셋값도 매매로 전환되기에는 아직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너무 커 집값을 밀어올리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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