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정부·한은 동시포문
공공요금 억제…전세대책도
공공요금 억제…전세대책도
한국은행이 새해 벽두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하고, 정부는 물가종합대책과 전세대책을 내놓았다. 새해 물가불안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하면서 한은과 정부가 뒤늦게 물가 잡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지는 향후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폭, 정부의 환율·부동산정책 행보 등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다. 한은이 1월에 금리를 올린 것은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정부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연 뒤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요금과 대학등록금의 동결 내지 최소 인상, 기업들의 과다인상·편법인상 단속, 통신비 인하 등 그동안 거론됐던 물가대책을 총망라했고, 소규모 주택 건설에 대한 1조원 자금 지원 등 전세대책도 함께 담았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거시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가운데 경기와 고용상황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운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대책을 수차례 내놓았지만 미시적·단기대책에 그치고, 저금리나 고환율 등 물가를 자극하는 거시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해 ‘고성장 집착 때문에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새해 들어 국제 원자재값 상승, 이상기온 등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 전세대란, 시중유동성 증가,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물가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이자, 결국 ‘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한은이 어느 정도의 강도와 속도로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나갈지에 쏠리고 있다. 대기업의 수출활력 유지에 몰두해온 정부가 원화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을 일정 수준 용인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오는 3월에 끝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처를 연장할지 여부는 부동산시장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현 정부의 성장중심주의를 고려할 때 공격적 금리인상이나 큰 폭의 원화절상 카드는 쓰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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