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통제에 초점 ‘반짝효과’ 그칠 우려
정부가 13일 내놓은 물가대책은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제품값 인상 억제를 유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재탕·삼탕 정책이 많은데다 행정력을 동원한 인위적 가격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9개 정부 부처가 13일 청와대에 보고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보면, 우선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시외·고속버스요금 등 11개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원칙적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공공요금 동결은 물가 동향에 따라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상하수도와 시내버스, 택시 등 11개 지방 공공요금도 인상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를 위해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250억원과 특별교부세 250억원 등 총 500억원의 인센티브 재원을 마련해, 물가관리 실적이 우수한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지원을 늘려줄 방침이다.
정부는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을 위해 부처별로 ‘민관합동 협의체’를 열어 물가불안 품목을 점검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편승한 공산품 가격 인상에도 대처하기로 했다. 화장지·기저귀, 타이어 등 업체에 가격을 인하한 기획제품 출시와 할인 행사 개최를 유도하고, ‘설탕가격 적정 여부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세제는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가격 동결을 유도한다.
정부는 고등어와 분유, 커피용 원두 등에 대한 관세를 내리고, 밀가루와 식용유, 스낵과자 등에 대한 추가 관세 인하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서민 밀접 103개 품목의 가격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고, 사전적 시장감시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 물가 대책으로는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을 3% 미만으로 유도하고 사립유치원 납입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에 ‘유치원비 안정화 점검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통신비 대책으로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음성통화량을 20분 이상 늘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인당 월 2000원 이상의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구제역 대란’에 따른 축산물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도축장 폐쇄조처를 제한적으로 해제하고 배추와 마늘, 고등어 등의 품목은 정부 비축 물량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조기 방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핵심 물가대책들은 가격 인상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반기 이후에도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 압력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통해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되, 나중에 현실화해야 할 부분은 종합적 경제상황 등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국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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