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연초 물가불안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불난 호떡집’처럼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다. 금리나 환율 등 핵심 정책수단은 묶어놓고, 행정력을 동원한 단기대책에 주력하다 보니 겉으로만 요란한 모습이다.

6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와 정책간담회를 열고 “대학 등록금이 전체적인 물가인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문대교협 쪽이 전했다. 전문대교협은 “전문대교협 임원진도 이에 공감하고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전문대학들이 먼저 나서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전문대학 146곳 가운데 지난해 등록금을 동결한 곳은 96곳(65%)이었으며, 2009년에는 63곳(43%)이 등록금을 동결한 바 있다. 이 장관은 7일 오전에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과 만나 등록금 인상 자제를 강력하게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는 13일 예정된 물가안정종합대책 발표도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하던 관례를 깨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직접 발표해 정부의 물가억제 의지를 천명할 방침이다. 이번 물가안정종합대책에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 주요 생필품과 요금 등에 대한 원가구조 분석, 구제역·이상기온 등에 대한 대책, 전셋값 급등 대책 등이 총망라될 예정이다. 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1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일부 생필품 가격 인상 등이 인플레 기대심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민물가 불안요인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7일에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당정협의를 열고 물가대책과 전세대책을 협의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애초 물가대책만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당 쪽에서 전세대책도 함께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애초 전세대책이 불필요하다는 태도를 고수했던 국토해양부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당 쪽의 요구가 들어오자 부랴부랴 대책을 준비중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문제는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소신을 밝혔으나, 6일 오후 갑자기 기자실을 찾아 “임대·소형주택 공급 확대가 최상의 전세대책”이라며 “규제 완화로 올해 소형주택 공급이 많이 늘어나 전월세 수요 흡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지금의 전셋값 오름세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데다, 과거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데서 나타난 이상 현상으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기존의 인식에 큰 변화는 없음을 내비쳤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공공택지 조성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비중이 계속 감소했다는 점에 비춰, 이번에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더라도 전월세 주택 수급 불균형 해소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선희 박영률 진명선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