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개월전 “끝까지 관철시키겠다” 공언
지역구 민원은 챙겨…도로분야 줄줄이 증액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시행도 ‘공염불’
지역구 민원은 챙겨…도로분야 줄줄이 증액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시행도 ‘공염불’
8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내년 예산안에 한나라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양육수당 확대’는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단독처리에 따른 정국 급랭으로 동반성장 추진을 위한 입법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친서민’과 ‘동반성장’은 실종됐지만,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 예산은 대폭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
■ 서민 지원용은 흐지부지…민원은 꼼꼼히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애초 정부안에서 4951억원이 깎인 309조567억원이다. 전체 12개 분야에서 일반공공행정(9000여억원)과 교육분야(1000여억원)만 삭감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반공공행정 분야 삭감액의 대부분은 국채이자 8000억원”이라며 “국회에서 국채발행 물량과 발행 시기를 조정해서 이자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총지출을 예산과 기금으로 나눠봐도 예산분야에서는 4239억원이 오히려 늘었고, 기금에서 9190억원이 줄어, 결과적으로 4951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기금 삭감액 역시 국채이자가 중심이다. 즉 국회에서 실제 정책적·정치적 의지가 실린 사업예산은 오히려 늘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내걸었던 양육수당 확대 예산은 1원도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 예산안은 양육수당을 전체 가구의 6.5%밖에 되지 않는 차상위계층에 한정해 만 2살까지 20만원을 주도록 돼있다. 그러나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월 “내년 예산에서 양육수당을 상위 30%를 제외한 서민·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추가 소요예산 3290억원)을 정부와 끝까지 협의해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시 안상수 대표도 “무상보육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내건 공약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당정협의에서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반영하기로 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에 대한 국가지원확대 예산 339억원도 최종 예산안에서 빠졌다.
복지 공약은 지키지 못했지만 지역구 민원과 관련된 예산은 ‘알뜰하게’ 챙겼다. 예산이 늘어난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 보건·복지·노동, 문화·체육·관광, 환경, 국방 등 모두 5개 분야로 각각 약 1000억원씩 늘어났다. 재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이 가운데 도로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나 문화, 환경분야의 증액은 대부분 지역구 민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환경과 문화 분야 증액 내용을 보면 ‘면단위 하수처리장 확충’, ‘농어촌마을 하수도 정비’, ‘공공디자인 시범도시’, ‘부산 제2시립미술관 건립’ 등 지역 관련 사업이 다수였다.
■ 동반성장도 차질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하반기 ‘친서민’ 대책의 일환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동반성장 대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애초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하도급법 개정안 등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쪽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결국 열리지 못했다. 여야의 대립으로, 10일 정기국회가 끝난 뒤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적어 사실상 연내 처리는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지난 9월29일 정부가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의 핵심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하고 하도급법 적용범위를 2·3차 협력사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수차례 “연말까지 법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동반성장 대책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기업계에서도 법개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하루빨리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황보연 김양중 기자 shan@hani.co.kr
안선희 황보연 김양중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