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이 70%…분양가 상한제 직전에 물량 쏟아낸 탓
업계 노력없이 “정부가 사달라”…정부 “할인판매하라”
업계 노력없이 “정부가 사달라”…정부 “할인판매하라”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업계의 대책 마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밀어내기 분양을 한 업계가 이제 와서 할인판매 등 자구노력 없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토해양부는 10월 말 현재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2만9334가구로 전달 2만9201가구에 비교해 133가구(0.5%) 늘었다고 8일 밝혔다. 경기는 2만2701가구로 484가구 감소했지만, 서울이 2506가구로 337가구, 인천이 4127가구로 280가구 증가했다. 반면 지방 미분양 주택은 6만9699가구를 기록하면서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0월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3만4993가구를 기록했던 1995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특히 다 짓고도 입주자를 찾지 못해 불이 꺼져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9020가구(30.7%)나 됐다.
대형평형의 미분양이 10가구 중 7가구나 될 정도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가운데 60㎡ 이하 소형은 1683가구(5.7%), 60~85㎡ 중형은 7016가구(23.9%)인 반면, 85㎡ 이상 대형은 2만635가구(70.3%)였다.
수도권 미분양이 지방과 달리 늘어나고 있는 데는 신규 미분양 증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달 초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경기 용인시 성복동의 성복 아이파크의 경우 3순위 청약결과 351가구 모집에 41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고, 지난달 대우건설이 분양한 수원 인계 푸르지오도 190가구 모집에 청약은 19가구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설업계에서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수도권 미분양 물량도 지방처럼 환매조건부 등으로 사들이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는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수도권은 제외해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쪽은 부정적이다. 국토부 주택토지실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 2007년 말 고분양가로 밀어내기 분양을 했던 중대형 물량들에 대해서도 책임지라는 건 곤란하다”며 “분양가 인하나 할인판매 등 자구노력 없이 도와달라는 것은 도덕적 해이로 정부가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현재 수도권은 단순 공급과잉이 아니라 집값이 너무 높아져 수요가 고갈된 상황이니 시장원리에 따라 할인판매를 하면 된다”며 “세계적으로 우리처럼 건설업계의 경영 실패를 도와주는 사례는 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토건부양책에 들어간 돈만 100조~200조원에 달하는데 학생 밥값은 아끼면서 건설업체에 더 퍼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내년 3월까지 수도권 미분양 대책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원재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내년 3월까지 8·29 부동산 대책의 결과를 면밀히 지켜본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업계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정부는 일단 내년 3월까지 수도권 미분양 대책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원재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내년 3월까지 8·29 부동산 대책의 결과를 면밀히 지켜본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업계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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