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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냉동돼지 관세철폐 2년 늦췄지만 미 양돈업계조차 “사소한 양보”

등록 2010-12-06 08:50

협정 발효 늦어져 큰 실익 없어…“정부 생색내기” 비판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단출했다. 정부가 농업 분야에서 얻었다는 실익은 단 하나.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냉동처리한 목살의 관세(25%) 철폐 시기를 2014년에서 2년 늦췄다는 것이다.

미국산 냉동 돼지목살의 지난해 수입 규모는 1억6000만달러. 미국산 돼지고기 총수입액 2억달러의 80%를 차지한다. 미국산 돼지고기는 옥수수·밀 등 수입이 불가피한 사료용 곡물을 빼면, 쇠고기 다음으로 수입 규모가 큰 품목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쪽은 “돼지 목살의 양보를 얻어내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며 “위기에 빠진 국내 양돈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간을 2년 벌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냉동 돼지목살의 관세 철폐 시기를 2년 늦춘다’는 합의 내용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평가들이 한·미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상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협상 타결 직후 “미국양돈생산자협회는 ‘사소한 양보’(small sacrifice)로 보고 있으며, 여전히 한-미 에프티에이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미국 양돈업계조차 이런 합의 내용의 파장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협정 발효 시점이 늦어진 점을 고려하면, 2007년 협정문 타결 때 합의한 내용보다 오히려 우리 쪽에 불리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는 “2007년 합의문에서는 25%의 관세가 2014년까지 7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되도록 규정했는데, 재협상 결과는 발효 첫해(2012년으로 상정)에 16%로 대폭 낮아지고 4년 만에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셈”이라며 “이를 관세 철폐 시점 연기라고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농업계에서는 한-미 에프티에이에서 농업의 실익이라도 챙긴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주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농업 분야의 전면적인 희생을 전제로 동시다발 에프티에이를 추진하다가, 갑자기 농업을 생각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농산물 수입국으로, 지난 한해에만 수입액이 45억달러를 넘었다. 200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번 협상 결과가 이행될 경우 해마다 3억7000만달러씩 농산물 수입 규모가 차곡차곡 늘어나고, 우리 농업 생산은 발효 이후 15년까지 연평균 6700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연합 및 칠레 등 다른 나라·경제권과의 에프티에이들도 한결같이 농업을 제물로 삼았지만, 한-미 에프티에이는 규모와 강도 면에서 한국 농업 희생의 결정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대 선임기자, 정은주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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