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입 규제 첫발…조만간 은행세 도입 예고
“단기자금 유입 줄겠지만 장기투자 큰영향 없을듯
“단기자금 유입 줄겠지만 장기투자 큰영향 없을듯
정부가 18일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최근 세계경제 위험요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달러유동성의 과도한 유입에 대한 ‘방화벽’의 일환으로, 조만간 은행세 등 추가조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과세 부활 배경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 문제는 신흥국 경제의 상시적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과도하게 유입될 때는 자산가격 거품과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고, 급격하게 빠져나갈 때는 금융시장이 교란되면서 외환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선물환 거래 규제를 신설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조처는 정부가 향후 본격화할 자본유출입 규제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채권투자 면세 조처는 금융위기 여파로 부족해진 달러를 조달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와 외국인들의 주식·채권투자로 달러가 넘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이나 은행의 단기차입보다 채권투자를 통한 달러유입이 더 많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상장증권(주식+채권) 순투자액이 38조4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채권이 21조1000억원이다. 그 결과 총 국내 채권 중 외국인 비중은 7.1%, 국고채 중 비중은 14.9%에 이르고 있다. 재정부는 “외국인의 채권시장 영향이 확대되면서 채권시장과 환율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처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한나라당 쪽과 사전 협의를 거쳐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특히 세율을 조정할 때마다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게, 탄력세율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세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를 신호탄으로 은행세(은행부과금) 도입, 외은지점에 대한 선물환거래 규제 강화 조처 등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임 차관은 “지금 여러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시장 영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금융시장은 차분하게 반응했다. 이미 정부 방침이 알려져 있어, 채권·외환시장에 반영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타이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우리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는 다른 신흥국 시장들에서도 외국 자본의 이탈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번 조처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나라 투자자들은 이중과세방지협약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과세하면 본국에서 과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채권투자 수요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룩셈부르크, 홍콩 등 자국에서 아예 비과세를 하거나 우리와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지 않은 나라의 투자자는 갑자기 과세를 하게 되면 투자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번 조처로 시티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이 희박해진 점도 장기물 국채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외국인 채권투자가 감소하면 달러유입이 줄어들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재정부는 “단기성 자금은 유입유인이 감소되겠지만,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기반해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선희 이재성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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