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들 반대…내년 상반기 논의도 만만찮아
합의안 마련돼도 구속력없어 ‘환율전쟁’ 재연 우려
합의안 마련돼도 구속력없어 ‘환율전쟁’ 재연 우려
환율전쟁의 해법으로 제시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논의가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애초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흑자 폭을 구체적 수치(4% 이내)로 제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실패함에 따라, 가이드라인의 수위도 한층 원칙적이고 완화된 형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은 과도한 대외불균형을 평가할 수 있는 ‘예시적 가이드라인’ 개발을 실무진(워킹그룹)에 맡기기로 했다. 실무진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받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후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될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한 회원국에 대한 첫번째 상호 평가가 늦어도 내년 11월에 열릴 프랑스 정상회의 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아직 윤곽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은 ‘여러 지수들’을 포함한 종합적 지표로 접근하고 예방 및 교정 조처가 수반돼야 하며, 대규모 불균형을 적기에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3대 기본 원칙만 담았다. 경상수지뿐 아니라 환율과 노동비용, 저축률, 인구구조, 원자재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여러 지수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종합해 나라별 성적표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각 지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두고 국가별 사정을 고려한 정성적 평가를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가이드라인의 수위는 국가별로 첨예한 대립을 부른 ‘경상수지 목표제’에 비해 훨씬 느슨해질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예시적 가이드라인이 합의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확정해야 할) 재무장관들이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번 모이는 데 이어 4월에도 국제통화기금 춘계회의에서 모이게 되지만, 이때까지 논의가 정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외 불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선 안 된다는 독일, 중국 등의 목소리가 여전히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서울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부들은 무엇이 글로벌 불균형을 야기하는지도 동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설사 내년 상반기 중에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구속력을 가지고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구속력 없는 합의로 인해 각국이 자국 시장상황에 따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환율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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