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오바마 “수출의존국 크게 변해야” 정상들에 서한

등록 2010-11-11 09:18

‘글로벌 불균형 해법’ 설전
미 “외환개입 등 서울서 집중 논의를”
중 “미, 주요정책 변경전 G20 보고를”
‘달러 기축체제 수술’ 논의로 번질수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를 둘러싼 회원국들 간의 기싸움이 절정에 달했다. 각 나라들이 ‘글로벌 불균형’(미국 등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중국 등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쌓이는 문제)을 해소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20 재무차관 회의는 이날 밤늦게까지 환율전쟁과 경상수지 불균형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다. 김윤경 G20 준비위 대변인은 “양적완화,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등 모든 사항들이 테이블 위에 다 올려졌고, 아직까지는 서로의 원론적 입장만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단계”라며 “언성이 높아질 정도로 각국이 치열하게 기싸움을 했다”고 전했다.

기싸움은 ‘장내’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각국의 정상과 고위관리들이 벌이는 ‘장외 설전’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경상수지 등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피력했다. <로이터> 통신이 10일 입수해 공개한 이 서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강한 경제회복은 미국이 세계경제 회복에 가장 중요하게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미국의 이익이 세계 전체의 이익’이라는 논리를 다시 펼쳤다. 또 “미국 가계가 저축을 멈추고 대출에 근거한 지출로 돌아선다면 강한 경제회복을 위한 기초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해 일단 미국의 ‘노력’도 필요함을 인정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미국이 크게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수요 부족을 상쇄하고자 수출에 의존해온 나라들도 그래야 한다”며 화살을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에 돌렸다. 그는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적자국뿐 아니라 흑자국 등 모든 나라가 자국 역할을 수행한다면 우리가 모두 고성장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방문 중에도 “일부 국가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외환시장에 상당한 개입을 하고 있다”며 중국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이 문제는 서울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사안”이라고 밝혀, 이번 정상회의에서 오갈 격론을 예고했다.

중국 역시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일치 기사에서 “G20 회원국이 국제 기축통화 발행 당국(미국 중앙은행)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기축통화 발행당국은 주요 정책 노선을 변경하기 전에 G20 회원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겨냥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9일 한국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경상수지는 각국의 경쟁력에 상응하는 결과물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목표제는) 거론할 거치가 없다”며 미국 쪽에 각을 세웠다.

이런 대립은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가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떻게든 수출을 늘려 실업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독일 등 흑자국은 수출이 줄어들면 당장 성장률과 고용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은 “환율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총론에는 합의해도 각론은 ‘제 갈 길 가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불균형이 단순히 환율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중국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미국은 과잉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리는 구조개혁을 해야만 불균형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달러 기축체제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과소비를 이어갈 수 있고, 신흥국은 언제 달러 유동성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계속 쌓으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파리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국제통화체제’가 올라갈 예정이어서, 글로벌 불균형 해법 문제는 달러 기축체제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제주항공 사조위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 확인…복행 중 접촉” 1.

제주항공 사조위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 확인…복행 중 접촉”

배민 배달료 통합개편안에 라이더들 “기만적 500원 삭감” 반발 2.

배민 배달료 통합개편안에 라이더들 “기만적 500원 삭감” 반발

영업적자 낸 LG·삼성 배터리 “투자 축소” 3.

영업적자 낸 LG·삼성 배터리 “투자 축소”

무디스, 삼성전자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조정…“기술 리더십 약화” 4.

무디스, 삼성전자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조정…“기술 리더십 약화”

소중한 월급 키우려면 첫 투자 종잣돈은? “1천만원 추천” [The 5] 5.

소중한 월급 키우려면 첫 투자 종잣돈은? “1천만원 추천” [The 5]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