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철회’ 왜 거론되나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결국 나랏빚 급증과 복지예산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한번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집권 내내 이 두 문제에 시달리게 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2단계 감세 철회’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친기업’ ‘작은 정부’ 등의 모토를 내걸고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한 첫해인 2008년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을 망라한 대규모 감세정책을 단행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08년 이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보고서를 보면 2008년 세제개편의 결과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무려 90조2000억원(기준년 대비 방식)의 세수가 줄어든다. 그나마 2009년 세제개편에서 소규모 증세를 하고, 국회가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2012년으로 유예하면서 감세 규모가 약간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세정책을 단행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거꾸러지는 경기를 받치기 위해, ‘슈퍼추경’까지 구성해 정부지출을 크게 늘렸다. 감세정책과 경기침체로 들어오는 세금은 적어졌는데, 나가는 돈은 오히려 많아지니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결국 빚을 내서 부족한 돈을 메우는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말 309조원이었던 국가부채는 2009년 365조1000억원, 2010년 407조1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2008년 30.2%에서 2010년 36.9%로 급증했다. 더구나 올해 초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국가채무가 나라경제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게 된다.
결국 정부는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재정건전성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중기재정운용계획상 2010~2014년 평균 명목성장률은 7%대, 재정수입 증가율은 7.7%에 이르지만,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4.8%에 그친다. 늘어난 국가채무를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4년 간신히 관리대상수지를 소폭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전체 정부지출이 빠듯하니 복지예산도 압력을 받게 된다. 2010~2014년 평균 복지예산 증가율은 5.9%에 그친다. 고령화 추세 등으로 복지예산은 현 제도를 그대로 동결한다고 해도 매년 4% 정도는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국민들의 커져가는 복지 요구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증가율인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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