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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상수지 목표제, 실행은 ‘산넘어 산넘어…’

등록 2010-10-27 10:00

‘대외무역 불균형’ 정부 통제 실효의문
G20 포럼 성격 그쳐 제재수단 없어
‘예시 가이드라인’ 기준 설정도 논란
경북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결과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 하나는 이른바 ‘경상수지 목표제’다. 환율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환율전쟁’을 잠재울 수 있는 ‘묘수’라고 우리 정부는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경상수지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지, 20개 나라가 합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등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경상수지 조절 가능한가 경주 회의의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은 “과도한 대외불균형을 줄이고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수단을 추구한다. 우리가 합의할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 불균형의 본질과 조정을 가로막는 근본적 원인들을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경상수지를 적정 규모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별로 많지 않다. 정부 살림의 가계부라고 할 수 있는 재정수지와 달리 경상수지는 전체 국가 경제가 다른 나라와 주고받은 가계부다. 기업이나 가계 같은 민간경제활동이 더 결정적이다. 예를 들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려면 수출량을 줄이거나 수입량을 늘려야 한다. 또는 민간소비나 투자를 늘려야 한다. 모두 정부의 의지로 통제하기 힘든 요소들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통합될 때 각 나라가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줄이기로 한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재정수지도 정부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데, 경상수지를 어떻게 조정하겠느냐”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하락(또는 상승)을 막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는 것 정도”라며 “경상수지 목표제는 ‘환율에 개입하지 말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G20은 어떤 강제력도 없는 일종의 국가간 포럼이다.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어떤 제재수단도 없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약한 의미에서라도 페널티를 넣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유럽연합의 재정룰도 안 지켜지는데, G20이 유럽연합보다 결속력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 너무 느슨해도, 너무 타이트해도… 이런 근본적인 한계점을 제쳐두고라도, 당장 20개 나라의 합의점을 찾는 일도 녹록지 않다. 이번 경주 회의에서는 ‘타깃’에 대한 일부 회원국들의 거부감이 심하자, ‘가이드라인’으로 수위를 낮췄지만 이 역시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이 기준이 너무 느슨하면 실효성이 없어지고, 너무 타이트하면 합의가 어려워진다. 신민영 실장은 “경상수지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는 돼야 균형 수준이라는 데 전통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 회의에서는 4%에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 김현욱 부장은 “각 나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애초 합의를 보려고 했던 것이 과감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20 준비위 관계자는 “‘4% 목표’ 이런 것은 어렵겠지만, ‘4%보다 높은 5~6%가 몇년간 계속되면 불균형의 징후로 받아들이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이드라인 기준도 논란 ‘경상수지 목표제’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고는 있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의 기준을 뭘로 삼을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G20 준비위 관계자는 “경상수지로 할지, 무역수지로 할지, 환율의 고평가·저평가 정도 지수를 새로 만들지 등을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G20연구단장은 “요즘 환율은 경상수지보다 자본수지에 의해 더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본수지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민규 연구원은 “대외불균형을 나타내는 기본지표는 경상수지”라며 “미국은 경상수지의 대규모 적자, 자본수지는 대규모 흑자인데 그렇다고 미국을 대외균형 국가로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안선희 황보연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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