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노림수…한국은 미국쪽 편들어
선진국-신흥국 대립속 독일 ‘반대’ 일본 ‘신중’
선진국-신흥국 대립속 독일 ‘반대’ 일본 ‘신중’
‘경상흑자 제한’ 합의 이룰까
2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환율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립구도가 여전히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이 ‘경상수지 목표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면서 환율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3일 발표할 합의문(코뮈니케)에 경상수지 목표제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반영될지가 주목되고 있다.
■ 미국 ‘다목적 카드’ 꺼내들어 경상수지 목표제란 각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규모 이내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날 미국은 2015년까지 이를 국내총생산의 4% 이내로 줄이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5.96%, 한국은 5.13%, 독일은 4.89%, 일본은 2.80%다. 미국은 2.68% 적자다.
이는 환율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면 결과적으로는 환율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국이 흑자폭을 4% 이내로 줄이려면 위안화를 절상해 수출을 줄이거나, 서비스시장을 개방해 상품수지 흑자를 서비스수지 적자로 상쇄시켜야 한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변동환율제를 통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고, 서비스시장 개방까지 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며 “단순히 환율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드미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은 “미국은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를 어젠다의 꼭대기에 놓고 중국을 압박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찬성 쪽에 섰다. 짐 플래어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가이트너의 제안은 유익하다”며 “실행 가능한 전진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도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이 가이트너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이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인 일본과 독일은 태도가 좀 미묘하다. 독일은 수치를 설정하는 데 반대 뜻을 밝혔고, 일본은 ‘권고’ 정도로 하자는 신중한 견해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신흥국이면서 경상수지 흑자국이지만 미국 쪽에 섰다. 미국과 한국은 만약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경우 “경상수지 축소를 위해 노력한다” 정도의 완화된 표현으로 타협하는 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환율전쟁 ‘원론적 합의’ 넘어설까? 경상수지 목표제와 함께 환율 자체에 대한 언급도 코뮈니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열린 토론토 정상회의 발표문을 보면, “신흥 무역흑자국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반영하기 위한 환율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지향적인 환율은 세계경제의 안정에 기여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적어도 이것보다는 구체적이고 수위가 높은 표현들이 들어가야 G20 회의를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장으로 삼겠다는 미국의 애초 의도가 관철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1일 G20 재무차관·중앙은행부총재 회의에서 마련한 초안(“G20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 시도를 자제한다”)은 토론토 정상회의보다 강도를 높인 표현이다. 하지만 이 역시 중국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 중국이 이를 모두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환율과 함께 이번 회의의 또 하나의 주요 쟁점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안선희 이본영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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