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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비자금·탈세혐의 잡고도 왜 고발 안했는지 캘듯

등록 2010-10-19 08:56

서울국세청 압수수색…태광 ‘비자금수사’ 속도
국세청이 태광그룹 계열사에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적발해 2008년 초 8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추징(18일치 1면 참조)하는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태광그룹과 이호진 회장 일가의 세금 탈루 혐의가 뚜렷했는데도 국세청은 미온적인 조처에 머물러, 그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벌써 국세청 안팎에서는 태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 로비가 벌어지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1차는 2006년 8~10월에 태광산업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를 상대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세무조사를 했다. 당시 국세청과 태광그룹에서는 5년마다 하는 정기조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7년 세무조사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2차로는 국세청에서 ‘특수임무’를 전담하는 서울청 조사4국이 나섰다. 서울청 조사4국은 ‘윗선’의 하명을 받거나 탈세 혐의가 뚜렷할 경우 특별세무조사를 하는 조직이다. 정기조사에서 태광그룹의 비자금과 세금 탈루 의혹이 불거졌고, 이를 토대로 조사4국이 특별조사를 벌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검찰이 압수수색한 곳도 조사1국이 아닌 조사4국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특별세무조사 뒤 국세청이 2008년 초에 내린 조처다. 국세청은 태광그룹이 고 이임룡 회장이 이호진 회장 일가한테 남긴 재산 가운데 태광산업 차명주식의 18%를 공식 과세 장부에서 누락했음을 밝혀내고도 800억원가량의 세금을 추징하는 데 그쳤다. 현행 상속세법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대해 최고 세율인 50%를 적용하며, 고의로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게 드러나면 일종의 행정처벌로 10~20%의 가산세까지 물리도록 하고 있다. 또 특별세무조사의 경우엔 그 결과를 검찰에 통보하거나 고발을 해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징세당국으로서 적절한 조처다. 탈세를 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경종을 울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세청은 태광그룹에 대해 단지 최고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추징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하면 회사 비자금 형태로 재산을 상속받더라도 납세자 쪽에서는 이를 적극 신고할 이유가 없어진다. 차명재산이 나중에 드러나더라도 어차피 내야 할 세금 정도만 뒤늦게 내고 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세청이 비자금을 양성화해줘, 탈세 기업이나 기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검찰 고발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의성 여부”라며 “탈루액 규모 자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액의 차명재산을 굴렸는데도 ‘고의성이 없다’는 국세청의 논리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회계사는 “사후적으로 차명재산이 드러나더라도 가산세 외에 별다른 부담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재벌들이 굳이 미리 상속세를 낼 유인은 줄어들 것”이라며 “고의성은 물론이고 탈루 규모가 일정액을 넘으면 반드시 고발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성 황춘화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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