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언론, 일본 옹호 보도
“한국, 보호받기 불충분”
“한국, 보호받기 불충분”
일본 재무상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일본 재무상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연 일본이 앞으로 한국에 대한 비판을 그만둘지 불투명해보인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신의 한국 관련 발언에 대해 한국 쪽이 항의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전날 의회에 출석해 “한국은 외환시장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고,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심각하게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한국, 중국이 공통의 룰 안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재무성 쪽에 전화를 해 강력 항의했고 사과의 뜻과 재발 방지를 약속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14일에는 센고쿠 요시토 일본 관방장관이 “간 나오토 총리의 발언은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머징 국가들이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길 바란다는 관점에서 말한 것”이라고 말해, 완곡하지만 다시 한번 일본의 입장을 확인했다.
한편 이날 영국의 경제·금융전문지인 <파이낸셜 타임스> 아시아판은 전날 벌어진 일본과 한국 쪽의 설전을 1면 머리기사로 비중있게 소개하면서, 한국이 상당한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며 일본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이 신문은 “엔화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달러에 대해 29%가 절상된 반면, 한국 원화는 달러에 대해서는 1.2%, 엔화에 대해서는 23% 절하됐다”며 “원화는 리먼 사태 이후 달러 대비 평가절하된 유일한 아시아 통화”라고 보도했다. 또 “시장참여자들은 한국은행이 하루에 10억달러 규모의 달러를 사들이는 등 ‘실질적이고’ ‘공격적으로’ 시장개입을 해왔고,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계속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는 자신들이 오직 과도한 변동성을 막기 위해서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최근 석달 동안은 G20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8% 정도의 절상을 용인하기도 했지만, G20 회의에 앞서 제기되는 비판으로부터 보호받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용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은 언론브리핑에서 “환율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글로벌 불균형”이라며 “오는 22~23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글로벌 불균형을 논의하는 큰 틀 내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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