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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우리금융 민영화 ‘주도권 다툼’ 불붙었다

등록 2010-10-12 08:58수정 2010-10-13 08:18

우리금융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쪽 ‘CEO 자리’ 노림수
“김승유 회장 용퇴” 압박에
하나금융 “사과하라” 발끈
합병이냐 독자민영화냐
방식 놓고 의견도 엇갈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이 지난달부터 시작된 가운데,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예정인 하나금융지주와 독자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작심한 듯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직격탄을 날렸고,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지난 9일(미국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과 관련해서 ‘신상변동’ 이야기가 들리더라”며 김 회장의 거취 문제를 꺼냈다. ‘신상변동’이 ‘용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려면 김 회장의 용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하나의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물러나고 최고경영자 자리를 우리금융 쪽에 양보한다면 합병 작업이 좀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 행장은 “하나금융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김 회장의 용퇴는 이런 논란도 피해갈 수 있고, 하나금융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는 올해 초 강정원 케이비(KB)금융지주 전 회장의 사퇴에 이어 최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마저 사퇴 위기에 놓이면서, 하나금융이 김승유 회장 ‘장기집권’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겨낭한 것이다. 또 이 행장은 “만약 우리와 하나가 합병을 하더라도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나 고객구성, 맨파워 등이 모두 앞서기 때문에 우리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1일 이종휘 행장의 이런 공격적 발언이 알려지자 하나금융 쪽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이날 ‘이종휘 행장 발언에 대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권 지배구조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구체적인 합병방법과 지배구조를 제시하며 여론을 유도하거나 타사 최고경영자 개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용퇴 운운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매우 무책임한 언행”이라며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당사자의 구체적인 해명과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달 삼성증권 등 3개 매각 주관사가 우리금융에 대한 실사를 시작함으로써 시동이 걸린 상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현재 민영화 방안으로는, 하나금융과 합병하는 방안과 특정 지배주주 없이 지분을 쪼개 매각하는 소위 ‘독자민영화’ 방안이 거론된다. 우리금융 쪽은 후자를 선호하고 있지만, 이 행장의 행보는 만약 하나금융과의 합병 쪽으로 사태가 흘러갈 경우에 대비해 미리 주도권을 확보해 놓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8일(미국시각)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났으나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어윤대 케이비금융 회장이 취임 초창기에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한 것을 두고 “대놓고 연애하는 사람들치고 결혼하는 것 못 봤다”는 말을 던졌을 뿐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하나와 우리가 합병하면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금을 좀 넣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2단계 합병안’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애초 하나-우리 단순합병안이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하나금융이 재무적 투자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 지분을 30% 정도 사들인 뒤 나머지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또 김 회장은 “옛날에 3개 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일본 모 은행을 방문했는데 구조조정을 못 해 회장·사장단이 6명(각 회사 2명씩)이 서 있더라”며 인수합병 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인수 포기를 선언해 제3자가 된 어윤대 케이비금융 회장은 하나금융 쪽에 무게를 실었다. 어 회장은 8일(미국시각)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임해서 (케이비) 은행의 실상을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너무 부실이 커서,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은행의 규모가 커지면 그게 어디가 되든 한국경제를 위해 나쁘지 않다”며 “대형화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로열뱅크오브캐나다(ROC) 같은 은행은 점유율이 50%다”라고 소개했다. 사실상 하나-우리 합병안을 지지한 것이다.

워싱턴/안선희 김수헌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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