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못낸 IMF·WB 총회
미-중 타협점 못찾아…칸 총재, 중 양보 간접 압박
G20서 타협하더라도 ‘점진적 절상’ 수준 합의 유력
미-중 타협점 못찾아…칸 총재, 중 양보 간접 압박
G20서 타협하더라도 ‘점진적 절상’ 수준 합의 유력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이틀 동안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환율전쟁’ 진화에 실패함으로써 공은 이번달과 다음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의로 넘어왔다. G20 회의를 거치면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 해소가 어렵다는 비관론도 있지만 ‘치킨게임’을 피하기 위해 양쪽이 타협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타협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수준은 위안화의 대폭 절상보다는 점진적 절상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확전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이번 연차총회를 거치면서 환율전쟁은 진화보다는 확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과 신흥국 회원국들은 이번 연차총회 기간에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나라들이 외환시장 개입을 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고, 저우샤오찬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충격요법(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하지 않겠다”며 맞섰다. 영국, 유럽과 국제통화기금은 미국 편에 가세했고, 브라질·러시아·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중국 쪽에 힘을 실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표면적으로는 “모든 문제를 공조를 통해 풀어야 한다”며 양쪽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지만, “세계의 중심이 될수록 전체 시스템 안정에 더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여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 안에서 더 많은 쿼터를 가지려면 전체의 문제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해, 위안화 절상을 국제통화기금 쿼터개혁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글로벌 시민단체인 ‘옥스팸’은 성명서를 통해 “환율전쟁은 아이엠에프 개혁을 인질로 삼기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아이엠에프는 신흥국이 테이블에 없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 G20에서 ‘제2의 플라자 합의?’ 연차총회에 이어 바로 열리는 다자간 협의체가 G20 경주 재무장관회의와 서울 정상회의이니만큼, 우리나라가 ‘환율전쟁터’가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관건은 두 회의를 거치면서 환율전쟁이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플라자 합의’(1985년 일본 엔화를 대폭 절상하기로 미국·일본 등 5개 나라가 합의한 것)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당시 일본은 기본적으로 친미 국가였고 미국은 절대강자였지만, 현재 중국은 ‘주요 2개국’(G2)으로 군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중국은 일본처럼 대폭 절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에는 선진국 간의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문제이고, G20 테이블로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버티면 의견이 안 모아질 것”이라며 “결국 G20이 아니라 G2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두 나라가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리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G20에서는 구속력을 갖는 합의까지 가기는 어려울 거고 ‘환율은 시장을 반영해야 한다’ 정도의 선언적 형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플라자 합의 정도가 아니라 아시아지역 통화의 점진적 절상을 유도했던 2003년 ‘두바이 합의’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안선희 기자, 황보연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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