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와 협상 마무리 안돼
WTO 통보시한 준수 힘들어
WTO 통보시한 준수 힘들어
정부의 ‘내년 초 쌀 관세화’ 방침이 무망하게 됐다. 2015년 시행할 예정인 쌀 관세화를 내년 초로 앞당기려면 늦어도 석달 전인 이달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까지 농민단체와의 협의를 마무리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촉박한 일정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정부와 농민단체 간의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취임 이후 “쌀 조기 관세화를 관철시키겠다”고 거듭 밝히며 그 전제로 농민단체와의 합의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유 장관은 11일까지도 쌀 조기 관세화와 관련해 농민단체와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 쪽으로부터 만나자거나 대화하자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의 쌀분과위원회에서 지난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해 조기 관세화 건의문을 보내오기로 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라고 전했다. 조기 관세화 대책으로 쌀 직접지불 보조금을 인상해 달라는 농민단체의 요구에는, 정부가 불가능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번주에 회의를 열어 ‘내년 초 관세화’ 시행에서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쌀산업 5개년 계획 등을 내놓은 뒤 2012년부터 관세화를 시행하는 ‘1년 또 연기’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5년 이후 쌀 관세화 시행을 10년씩 두 차례 유예받는 대신, 쌀 의무 수입물량(MMA)을 해마다 2만t씩 늘리는 부담을 떠안았다. 첫해 2만t에서 시작한 의무 수입물량은 지난해 30만9천t으로 늘었고, 관세화 직전 해인 2014년에는 40만9천t까지 불어나게 돼 있다. 정부는 ‘2015년 관세화’ 일정을 앞당겨 수입물량 증가 부담을 덜자며, 쌀 시장개방을 뜻하는 관세화를 시행해도 쌀 수입량 증가에는 400%가량의 관세율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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