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이명박 정부] ④ 경제
지난 7월 저축은행 등이 서민전용 대출상품 ‘햇살론’을 출시하면서 ‘희망홀씨 대출’, ‘미소금융’에 이어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서민금융 3종 세트’가 모양을 갖췄다. 지난해 말 선보인 미소금융이 높은 심사 문턱과 사후관리 미비로 이용 실적이 저조한 반면, 햇살론은 출시 한달 만에 대출 규모가 4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의 불호령에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한 여신금융전문회사들도 줄줄이 금리 내리기에 나섰고,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에 서민을 위한 또 다른 저금리 금융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개입으로 서민금융 정책이 확대되고 갖가지 형태의 대출 상품들이 쏟아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먼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졸속으로 추진되는 서민금융 정책은 자칫 금융시장 본래의 자원배분 기능을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취업난 등으로 소득기반이 악화된 서민가계한테는 ‘부채의 늪’에 빠져들게 할 위험이 있다.
개인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체계가 허술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서민금융을 확대했다가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뼈아픈 경험이 지난 2003년 발생한 ‘카드사태’다. 더욱이 지금은 카드사태 때보다 가계수지가 더 나빠진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개인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은 1.43으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계 부채가 7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채 금리상승기를 맞아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개인파산 급증과 함께 전체 금융권의 부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서민을 지원하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총량 증가에만 ‘다걸기’하는 형국”이라며 “이는 일시적인 해법일뿐 지속가능한 방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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