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협상 일지
인수협상자와 가격차 커 본입찰 7월 이후로
우리금융 민영화 결과따라 판도변화 예상도
우리금융 민영화 결과따라 판도변화 예상도
새 주인을 찾아나선 외환은행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29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달 중순부터 국내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단독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문제로 본입찰을 7월 이후로 연기했다. 엠비케이는 2005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중 하나인데,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공개입찰 초기 오스트레일리아의 ANZ은행과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엠비케이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워낙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안다”며 “대주주인 론스타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한 엠비케이와의 본입찰이 진행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에 관심을 나타낸 국외 투자자들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3조원대 안팎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2008년 HSBC은행(5조9000억원), 2006년 국민은행(6조4000억원)과 체결했던 매각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현재 론스타의 지분(51.2%)은 시장가(28일 기준 주당 1만3250원)만 4조4000억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20%가량 얹으면 5조원을 훌쩍 넘는다.
인수 여력이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온통 우리금융 민영화에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케이비(KB)금융은 어윤대 회장 내정자가 “외환은행은 증권과 투신이 없어 관심이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외형 확대가 최우선 목표인 하나금융 역시 자산 규모가 작은 외환은행이 눈에 들어올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가 더뎌지거나 정반대로 명확한 밑그림이 그려지면, 시장의 관심은 다시 외환은행에 쏠릴 수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 어디가 인수해도 시너지가 크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이 우리금융을 둘러싼 경쟁 판도가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전격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인수자가 나타나도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다. 이른바 ‘먹튀 논란’과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 여부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2008년 에이치에스비시은행은 정부의 매각 승인이 지연되자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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