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업계 반응 싸늘하자 수위조절…노조 반대도 부담
어윤대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어 내정자는 회장 후보로 추대된 직후 ‘우리금융과 산업은행에 관심이 있다’ ‘세계 50위권 은행을 만들겠다’는 등 금융권 판도를 흔들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이른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논란을 점화시켰다. 그러나 최근 그는 우리금융 인수합병에 대해 “우리금융의 증권·투신 등 비은행부분을 떼어내 판다면 굳이 통째로 살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고, 메가뱅크에 대해서는 “경영 합리화가 최우선이고, 대형화는 2~3년쯤 걸리지 않겠느냐”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태도 변화는 자신의 공격적인 행보가 시장과 업계 뿐 아니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냉랭한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영 공백 해소라는 호재에도 시장의 반응이 예상밖으로 싸늘한 데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케이비금융의 주가는 내정일인 15일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 21일에야 겨우 5만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내던졌고, 시장에서는 이를 ‘어윤대 리스크’로 평가했다.
한 증권사의 기업분석팀장은 “어 내정자의 친정부적 성향과 입수합병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들이 기존 금융권 시이오(CEO)와는 다른 양상으로 비춰지면서 또다른 불확실성과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케이비 금융은 50% 이상이 외국인 주주이며, 이사회에는 외국인 주주대표가 포함돼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해 반대 투쟁을 선언하는 등 인수합병 공식화로 내부 분란을 부추긴 점도 부담이다. 하루빨리 조직 화합과 리더십 회복에 나서야 하는 어 내정자 처지에선, 취임하기도 전에 민감한 문제를 꺼내 내부의 적을 만든 형국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케이비금융의 장래를 좌우할 중요한 이슈를 다르는 첫 솜씨가 썩 좋지 않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자칫 금융기관 경험이 부족하다는 자격론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속도조절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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