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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위기에 빠진 중국 노사관계

등록 2010-06-06 21:12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폭스콘은 30만명이 일하는 세계 최대 전자기업이다. 애플, 델, 휼렛패커드 등 세계에서 손꼽는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훙하이 그룹 소속의 폭스콘에서 올 들어 벌써 10명이 연쇄 자살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훙하이 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은 황급히 선전의 공장을 방문해서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건물 주위에 그물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몇 시간 뒤에 또 투신자살자가 나왔다.

폭스콘 공장의 기본급은 월평균 900위안(16만원) 정도인데 이런 임금으로는 일상생활이 힘들다. 초과근무를 할 경우 정규 노동시간보다 1.5배의 임금을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너도나도 초과근무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초과근무수당 포함 2000위안(35만원)이다. 폭스콘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20%의 임금 인상을 고려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비인간적인 노사관계도 문제다. 훙하이 그룹의 경영철학은 ‘권위, 통제, 기율’인데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좀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중역은 일어서라는 벌을 받는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지나칠 정도로 감시를 받고 있다. 옆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얘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어 스스로 ‘아주 외롭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어떤 생산라인에서는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제한을 받으며, 기숙사의 문은 24시간 닫아두어야 한다.

역시 광둥성의 포산 소재 혼다 자동차공장에서도 임금 인상과 대표 선출권을 요구하는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혼다 노조에는 어용 노조위원장이 있긴 한데, 노동자들도 그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신을 대표할 새 노조위원장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절대로 파업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쓸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는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악명 높은 ‘황견 계약’(Yellow Dog Contract)을 연상시킨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수출 1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저임금과 비인간적 노무관리에 바탕을 둔 수출 증대, 고도성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소위 ‘세계경제 불균형’(본 난 2009.10.5 참조)을 일으켜 세계 각국의 비판을 받고 있거니와 내부적으로는 작업장에서 터져 나오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렵다. 중국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1982년 헌법에서 삭제됐다. 어용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中華全國總工會) 이외의 노조 결성 기도는 정부에 의해 철저히 탄압을 받고 있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 중국인은 구세대와는 의식이 다르다. 구세대는 돈벌이에 급급했으나 신세대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이제 중국은 새로운 노사관계를 모색하지 않고는 지금까지의 성장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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