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판매가 26일 에스씨제일은행과 우리은행에 지급 제시된 176억여원 규모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았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1차 채권단협의회의에 나온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77억원 어음 못막아…‘워크아웃 기업’ 부도 첫사례
대우버스 등 어음돌리기에 채권단 ‘변제거부’ 갈등탓
대우버스 등 어음돌리기에 채권단 ‘변제거부’ 갈등탓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가 결국 최종 부도 처리됐다. 대우자판은 채권단 공동관리로 진행중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중단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워크아웃 기업이 상거래 채무를 갚지 못해 부도를 낸 경우는 대우자판이 처음이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자판이 지난 23일 1차 부도를 낸 177억원 규모의 어음을 이날까지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날 대우자판의 어음을 돌린 대우버스·타타대우상용차 등 상거래 채권자들과 결제대금의 30%를 현금으로 지급하되 나머지는 향후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상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우자판의 전체 상거래 채무는 1500억원가량이며, 이 가운데 절반을 대우버스·타타대우상용차가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차판매의 주 거래처인 대우버스가 계속해서 어음을 시장에 돌렸고, 채권단은 신규 지원자금으로 상거래 채권을 변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결국 양쪽이 손실 분담 비율에 합의하지 못해 최종부도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상거래 채권은 금융기관 담보채권보다 후순위여서 통상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되면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상환하거나 채권액의 일부를 우선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종 부도가 나면 상거래 채권자들이 가압류 등 권리행사에 나서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만의 채무동결을 전제로 한 워크아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모든 당좌거래가 중단되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 이후 최종 부도가 난 전례가 없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워크아웃 조건(채무동결)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을 통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융권뿐 아니라 비금융권 채무도 모두 동결되며,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대우자판의 금융권 채무는 2조원 규모로 대부분 담보채권이다. 앞서 대우차판매는 지난 14일 금융권 채권자 92%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을 개시했으나, 19일과 22일 만기도래한 상거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바 있다.
경영정상화를 기대해 온 대우자판 직원들과 상장폐지에 따른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우차판매의 노조 구실을 하는 관리직협의회 관계자는 “상거래 채권자들은 ‘설마 부도를 내겠느냐’며 무리하게 어음을 돌리고 채권단은 ‘담보만 있으면 손해볼 게 없다’는 식으로 버텼다”며 “채권자들의 제 몫 챙기기 때문에 워크아웃 기업이 부도가 나고 10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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