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국회 상정
‘제재권한’ 놓고서 신경전
‘제재권한’ 놓고서 신경전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권한을 둘러싸고 노골적인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감원장에게 부여된 은행 제재 권한을 모두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에 상정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모든 제재 권한을 금융위로 귀속하고 시행령에서 금감원에 일부 경징계 권한을 위임하는 게 뼈대다. 현행 은행법은 금감원장이 은행에 대한 기관경고와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이하의 제재를 하고, 임원 직무정지와 해임권고, 기관 영업정지와 인허가 취소 등 중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법률상 제재 권한을 모두 가져갈 경우 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금감원 검사와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은 제재권에 대한 존중 덕분”이라며 “제재 권한이 없어지면 피검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당분간 일부 제재권을 시행령에 위임하겠지만 결국에는 금융위가 직접 관련 인력과 조직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위는 제재 권한을 모두 금융위에 부여한 자본시장법·저축은행법 등 관련 법률과 맞추기 위해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가 원칙적으로 제재 권한을 갖고 이를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위탁하는 방식이 법리적으로도 타당하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불투명한 제재 기준과 조치권자의 불일치 문제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의 반발과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는 “오해가 없도록 금감원과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업무 권한과 범위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위기 이후의 금융감독과제’를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금융위가 ‘정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금감원이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국회에서 추진중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원칙적인 찬성 방침인 반면, 금감원은 내부에 소비자보호 업무와 조직을 강화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금융소비자보호원 관련법은 이 기관을 금융위 산하에 두게 돼 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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