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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행세, 금융위기 대비…무분별 차입 제어 효과

등록 2010-04-11 20:56

[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은행 자산·부채 등 기준으로 일정액 거둬
요즘 국제금융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가 ‘은행세’(bank levy)입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서 일명 ‘오바마세’(Obama tax)라고도 부릅니다. 모든 은행들은 지금도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은행들의 자산이나 부채 등을 기준으로 일정액을 세금 내지 준조세(부담금) 형태로 정부가 떼가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업종은 내지 않는 이런 세금을 왜 은행에만 매기겠다는 걸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경기침체의 수렁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이번 위기의 원인이 대형은행들의 브레이크 없는 외형확장과 무모한 파생상품 투자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더구나 일부 정부는 파산 위기에 몰린 은행들을 구해내기 위해 막대한 구제금융(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은행세 논의의 기본 취지는 ‘더 이상은 국민의 돈으로 은행들 뒤치다꺼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은행들이 직접 돈을 내서 그동안 들어간 공적자금을 갚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금융위기에 대비해 자금을 모아놓자는 것입니다. 은행의 부채에 세금을 매기면 은행들의 무분별한 차입을 제어하는 부수효과도 생깁니다. 경기침체 고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무마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 ‘총자산이 500억달러 이상인 대형은행들로부터 예금을 제외한 부채의 0.15%를 걷어서 그동안 은행에 지원한 공적자금을 충당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독일도 은행세로 12억유로 규모의 보증기금을 만들어 향후 금융위기에 대비하겠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영국, 프랑스 등도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관련 보고서를 작성 중이고 이번달 23일 G20 재무장관회의에 중간결과물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단 “글로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입니다. 우리 은행들은 이번 위기 때 다행히 ‘큰 사고’를 치지 않아 공적자금이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은행세의 목적을 공적자금 회수에 국한시키면 우리나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은행세의 다른 측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은행세가 도입되면 우리 은행들의 과도한 차입, 특히 외화차입을 억제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자금조달을 외화차입에 의존하는 외국은행 지점들에게 은행세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동안 외은지점의 지나친 달러차입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왔던 정부로서는 은행세 도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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