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30여 시민·사회단체들로 꾸려진 ‘2010년 예산안 공동대응 모임’의 대표자들이 지난해 11월12일 국회 앞에서 4대강 사업이 민생예산 삭감의 원인이라는 뜻을 담은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재정 건전성 경보음]
정부선 아직 양호하다지만
양극화·노령화 지출요인 증가
세수확대 어려워 재정난 구조화
4대강예산도 재정압박 가중 10년 뒤면 세 자녀가 줄줄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는 40대 부부가 있다. 지금은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지만 상당한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곧 닥쳐오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지난해에는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몇달동안 수입이 끊기고 병원비로 마이너스 대출을 써야 했다. 그런데 이 가족은 얼마전 할부로 외제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국외여행도 1년에 한번씩 다녀오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은 이 가정과 닮았다. 노령화 추세로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나리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런 경제위기에 세수는 줄고 정부지출은 늘어 나랏빚이 급증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고소득층에게 혜택의 대부분이 돌아가는 감세정책으로 5년간 세금을 66조5000억원이나 깎아주고, 논란 많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쓰겠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 재정 악화, 국가경제에 짐 가정도 그렇듯 정부살림도 어느 정도 빚을 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빚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나랏빚이 많을수록 지난번 금융위기처럼 돌발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 등을 통해 대처할 수 있는 운신 폭이 좁아지게 된다. 국가신인도가 떨어져 달러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채가 많이 발행되면 국채금리가 올라 다른 시장금리까지 따라 오르게 된다. 빚이 너무 많아지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재정압박이 심해지면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난으로 주민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부시 정부에서도 부자감세를 대규모로 하는 바람에 재정적자가 급증하자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예산을 줄여 버렸다. ■ 장기적으론 증세가 해답 정부 쪽은 우리 재정 상태는 아직 양호하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가채무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해말 35.6%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성원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대외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선진국보다 재정건전성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원인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지출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으로 적자를 더욱 키웠다. 4대강 사업처럼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토목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앞으로 재정난을 가중시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재정건전성 문제는 세금을 누구한테서 걷어서 어디에 지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노동과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감세는 괜찮은데, 그냥 부자들한테 세금 깎아주는 것은 문제”라며 “세출 부분도 불필요한 토목공사처럼 그냥 쓰고 없어지는 지출은 안된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양극화 추세 등으로 복지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재정건전성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 의원은 “우리의 잠재성장률 하락추세 등을 감안하면 세수는 늘어날 전망이 별로 없는데, 지출은 구조적으로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기대)는 “큰 흐름에서 봤을 때 정부 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율을 강화해 세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황보연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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