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난해 수주량 0척…정리해고 어쩔 수 없어”
노조 “10년간 4천억 이익…공장 국외이전 위해 해고”
노조 “10년간 4천억 이익…공장 국외이전 위해 해고”
수주량 0척의 진실은 뭘까?
1937년 설립된 ‘대한민국 조선 1번지’ 한진중공업이 지난 2일 352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노동부에 신고했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회사가 정리해고와 공장 국외이전을 위해 불황을 핑계 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영도 vs 수비크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단 한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다. 한진중공업의 선박 수주는 2008년 9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이 마지막이다. 회사 쪽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해운 물동량이 줄어 신규 선박 발주가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턴 일감이 줄게 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광영 한진중공업 상무는 “영도조선소는 인건비와 물류비용이 높아 자구책으로 시설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다른 대형 조선소에 비해 좁고, 인천 율도공장 등 다른 곳에서 블록(선박의 부분을 구성하는 철구조물)을 실어 오는 비용도 많이 든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에선 고부가가치선을 만들고, 2007년 완공한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 컨테이너선 등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를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노조는 국외공장 운영을 이유로 국내 공장 조합원의 고용 불안을 낳게 하지 않겠다고 2007년 합의한 단협을 회사가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또 노조는 “영도조선소가 지난 10년 동안 4227억원의 이익을 남겼는데도, 경영진이 수주에 소극적이었고 재투자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2276억원, 순이익은 519억원이었다.
■ 노조 길들이기 다음달 5일자로 정리해고가 예고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4시간 부분파업 등으로 회사와 맞서고 있다. 지난 2일부턴 100여명씩 교대로 서울로 올라와 갈월동 사옥 앞에서 집회도 열고 있다. 최우영 노조 사무장은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노동자를 자르려는 것에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회사가 정리해고를 들이대는 것은 2003년 전으로 임금과 복지 수준을 돌리기 위해 노조를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10월 한진중공업에선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파업 중에 35m 높이의 크레인 85호기에 홀로 올라갔다 목을 매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이후 한진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총 조선사업장 가운데 가장 조직력이 강한 곳으로 재편됐고, 임금과 복지 수준도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 9일 빗속에서 집회를 열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쳤다. 부산/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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