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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예금보단 펀드, 아파트 대신 땅”

등록 2005-06-06 19:50수정 2005-06-06 19:50


프라이빗 뱅커가 본 부자들의 요즘 재테크

상가 임대수입·땅 장기투자 눈길…안정지향 ELS·배당주 펀드 인기
절상 전망 위안화에도 수요 생겨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 부자들에게도 요즘같은 저금리는 골칫거리다. 그래서 예금보다는 조금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조금 높은 펀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탓에 아파트보다는 땅이나 상가쪽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지점에서 부자 고객들을 상대로 재무상담을 해주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전하는 부자들의 요즘 자산관리 흐름이다.

“아파트 너무 올랐다”vs “그래도 오를 건 오른다”

최문희 삼성증권 차장(청담동 에프엔아너스 지점)은 “아파트 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고 정부가 세금을 많이 매겨 ‘이제 아파트로 돈 벌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아파트를 새로 샀다는 얘기는 최근에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승화 국민은행 팀장(압구정 PB센터)은 “아파트는 이미 많이 사놓았고 요즘은 안정적인 임대료가 나오는 상가나 장기적인 투자 대상인 땅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가들은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고급정보를 많이 얻는다”며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땅을 골라 5~10년 정도 묻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호 하나은행 팀장(여의도 PB지점)은 “‘그래도 오를 데는 오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부자들은 ‘떨어져도 결국 다시 오른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연 신한은행 팀장(여의도 PB지점)도 “전통적인 부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이 최고’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저금리 장기화에 펀드로 발걸음


우리나라 부자들은 전통적으로 투자상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재산을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것’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가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낮아지자 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성호 하나은행 팀장은 “펀드상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안정지향적인 고객은 원금보존이 되는 이엘에스(ELS)펀드나 이머징마켓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펀드, 국내 채권형 펀드 등을 선호하고, 공격적인 성향의 고객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백승화 팀장은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배당주 펀드가 가장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배당주 펀드는 경기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부자들도 요즘 인기인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불입하는 단위가 다르다. 백승화 팀장은 “자녀들 이름으로 월 500만원 이상씩 적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매월 3천만원~5천만원씩 넣는 고객들도 있다고 귀뜸했다.

주식 투자는 우량 대형주만

지난달 25일 서울시내 한 호텔. 삼성증권이 분당의 자산가 30여명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열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계속 올라갈 수 있습니까?” “현대차가 제 2의 도요타가 될 수 있나요?” “삼성에스디아이의 피디피가 결국 엘시디에 밀리는 겁니까?” “포스코의 호황이 일시적인 겁니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가는 겁니까?” 참석자들의 질문은 주로 중장기 시장 전망과 대형우량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에 대한 질문은 의외로 적었다. 이미 ‘글로벌 우량주’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설명회를 가보면 일반 ‘개미’들은 최소 두 배 정도 오를 수 있는 코스닥 종목을 찍어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자산가들은 빅 5정도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주식에서 떼돈을 벌겠다기보다, 10% 안팎 정도의 안정적 수익률을 기대한다”며 “요즘은 저금리로 다른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꼭 편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절세상품을 찾아라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절세’다. 보통사람들과 재산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0.01%의 세율 차이도 큰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이 엔화스와프예금에 대해 과세결정을 내리면서 시중의 PB들은 고객들의 항의로 한바탕 뒤집어지는 소동을 겪었다. 엔화스와프예금은 원화를 엔화로 바꿔 예치한 뒤 만기일에 원화로 찾을 수 있는 상품으로 주로 시중 PB를 통해 자산가들에게 팔린 상품이다. 수익률 자체는 정기예금과 비슷하지만 ‘비과세’라고 은행들이 홍보하면서 7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김성호 팀장은 “만약 과세결정이 안내려졌으면 수십조가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희 차장은 “엔화스와프예금까지 과세판정을 받으면서 절세상품이 외화표시채권, 선박펀드 등 몇개 안남았다”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요즘 은행이나 증권사의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김성호 팀장은 “정부 정책이 분리과세상품이나 비과세상품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틈새상품을 개발해내야 한다”며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샅샅이 으면서 경쟁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비과세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관심 증가…위안화 사놓기도

환율은 자산가들에게 관심사 중 하나다. 대부분 자녀들을 외국에 유학보내기 때문에 외환에 대한 실수요가 많다. 김성호 팀장은 “PB고객들은 자녀들 유학이나 해외여행 때문에 달러에 대한 실수요가 많다”며 “항상 만달러 정도는 사놓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 자체를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백승화 팀장은 “요즘 분위기에선 달러가 한없이 내려갈 것 같지만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고객들 중에는 달러가치 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미리 사놓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안화를 사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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