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전자제품전 가보니
삼성·소니 등 제품 대거 내놓고 관람객 줄이어
1년새 기술 급진전…‘차세대 먹거리’ 급부상
삼성·소니 등 제품 대거 내놓고 관람객 줄이어
1년새 기술 급진전…‘차세대 먹거리’ 급부상
“혹시 3차원 텔레비전으로 ‘아바타’ 보셨어요?”
세계 최대규모 전자제품 전시회(CES)가 문을 연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모인 전자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화두는 단연 ‘3차원(D)’이었다. 삼성·소니·샤프 등 글로벌 업체 대부분이 3차원 입체영상 관련 기기를 전시장 메인 제품으로 내놨다. 각 업체 부스에는 3차원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검정색 전용 안경을 쓴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차원 입체영상 제품은 기술력을 과시하는 전시용에 가까웠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자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한 것이다.
무엇보다 세트 기술의 개선이 눈에 띄었다. 고화질 기술이 적용되면서 장기간 시청 때 나타나던 어지럼증이 거의 사라졌다. 입체영상의 깊이(원근감)도 또렷해졌다. 화면 속 유리 파편이 내 눈앞으로 날아들 땐 몸이 움찔할 정도다. 볼거리도 많아졌다. 몇몇 헐리우드 영화에 그쳤던 콘텐츠가 각종 게임과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으로 확 넓어졌다. 이 영향으로 텔레비전 뿐 아니라 3차원 영상을 구현하는 게임기, 블루레이 플레이어, 프로젝터 등도 전시회에 대거 쏟아져 나왔다.
전시회를 찾은 글로벌 최고경영자들은 “안방의 3차원 영상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폴 오텔리니 인텔 사장은 이날 “3차원 영상이 조만간 대세가 될 것이며, 그에 맞는 칩과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최고 경영진들도 “콘텐츠와 세트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시장이 조기에 형성되고 있다”고 평했다.
3차원 입체영상을 둘러싼 세트업체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일본 소니는 영화·음악·게임 등 콘텐츠와 세트를 모두 생산하는 강점을 살려 ‘3차원 체인’을 만들겠다는 태세다. 소니 관계자는 “소니는 3차원 밸류체인의 모든 부분을 영위하는 유일한 회사”라며 “텔레비전 뿐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피시와 카메라, 홈시터어 등에도 3차원 영상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엘지는 시장 우위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텔레비전의 경쟁력을 앞세워 앞으로 출시하는 제품의 절반 가량을 3차원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피시와 모바일 쪽은 디바이스(기기)간 경계를 무색케 하는 융·복합 기기들이 봇물을 이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렛패커드(HP)는 키보드가 필요없는 태블릿 피시로 관심을 모았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사람의 몸이 입력도구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퀄컴·엔비디아·프리스케일 등은 스마트폰과 넷북의 장점을 합친 스마트북을 일제히 내놨다. 모양은 넷북과 비슷하지만 속도와 효율이 뛰어나고, 스마트폰처럼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회에선 특화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들도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빌립’ 브랜드로 알려진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전문업체 유경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엔 훨씬 빠른 인터넷 체험을 제공하는 신제품을 내놨다”며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고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휴대용 멀티플레이어를 생산하는 슬림디스크, 비디오 액세서리를 만드는 광성전자 등은 전시회 주최 쪽이 선정하는 올해의 혁신제품에 올랐다. 국내 56개 중소업체가 공동 참여하는 한국관을 운영중인 김상철 코트라 센터장은 “국내 업체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혁신 제품이 많아 게임 분야 등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