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앞에서 시위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15층 복도에서 ‘기획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은 관치금융 시도’라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은 노조원들 사이를 통과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MB성장우선주의에 금리인상 걸림돌 판단
이성태 총재·위원 2명 각각 3·4월 임기만료
정부, 뜻맞는 인사 교체때까지 개입 가능성
이성태 총재·위원 2명 각각 3·4월 임기만료
정부, 뜻맞는 인사 교체때까지 개입 가능성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자 한은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일제히 나서 “정부가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재경원 남대문출장소’(한은이 남대문 근방에 있음을 빗댄 표현)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의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이런 평지풍파를 일으키면서까지 금통위에 참석하려는 이유를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월까지가 고비? 4월이면 총재 바뀌어 정부의 금통위 참석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통위원을 지낸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금리 인상과 같은 출구전략과 현 정부의 성장우선주의는 충돌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성장률은 조금 낮아질 수 있다.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조만간 인상할 의지가 있는지는 외부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오면서, 기준금리도 차차 올리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은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현재 금통위원들의 성향 분포는 정부가 보기에 상당히 불안한 구도다. 이성태 총재는 상대적으로 금리를 조기인상해야 한다고 보는 ‘매파’ 성향으로 간주된다. 한은 내부에서는 나머지 금통위원 6명을 대체적으로 매파 2명,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비둘기파’ 3명, 중립 1명으로 분류한다. 한은 관계자는 “어차피 1~2명의 중도파가 결정권을 쥐게 된다”며 “성향이 뚜렷한 위원이야 상관없지만 중도파는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금리인상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 임기가 3월 말로 끝난다는 점도 정부 개입 시기의 한 변수다. 새 총재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경제계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월에는 금통위원 2명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 또한 정부와 뜻이 잘 맞는 인사로 교체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3월 금통위까지 두 달만 더 금리인상을 막아내면, 그 뒤에는 한은과 훨씬 수월하게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4월이면 게임 끝”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말 불거진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갈등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한은이 금융기관 감독권을 요구하고 나서니까, 정부도 대응 차원에서 열석발언권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은 금융기관 감독권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통화정책 왜곡 vs 정당한 권리 행사 선진국들이 중앙은행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놓은 취지는, 아무래도 정부는 성장률과 경기부양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만큼 중앙은행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해 물가와 주식·부동산 거품을 막는 구실을 다하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2%까지 떨어져 있어 적절한 시기에 적정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건전성 유지에 중요한 변수다.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정부에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런 통화정책의 원칙이 왜곡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서를 내 “정부 의도대로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 늦어지고 이로 인해 자산시장 거품과 뒤이은 갑작스런 붕괴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출구전략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정부의 금통위 참석은 ‘한은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정부와 한은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함정호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열석발언권은 법에 정해져 있는 권리이고 의무”라며 “정부가 중요한 할 말이 있으면 금통위에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은의 독립성을 적극적으로 봐야지, 혼자 안에 들어앉아서 외부 목소리는 안 듣고 금리를 정해야 한다는 소극적 자세는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안선희 김수헌 기자 shan@hani.co.kr
반면에 정부와 한은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함정호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열석발언권은 법에 정해져 있는 권리이고 의무”라며 “정부가 중요한 할 말이 있으면 금통위에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은의 독립성을 적극적으로 봐야지, 혼자 안에 들어앉아서 외부 목소리는 안 듣고 금리를 정해야 한다는 소극적 자세는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안선희 김수헌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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