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사교육 심화로 부모 경제력 영향 커져”
1998~2007년 대물림 비율 30%
1998~2007년 대물림 비율 30%
현재 30대 중·후반 세대까지는 부모가 가난하더라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인생을 좌우하는 정도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이 계층상승 사다리 구실을 하기보다 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통로로 변해가고 있는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부연구위원은 29일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1998~2007년 추적조사된 아버지와 성인 아들 447쌍의 임금·소득 정보를 활용해 경제력 대물림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버지의 월평균 임금이 두 배 높은 쌍은 아들의 월평균 임금도 14.1% 높은 것으로 나왔다. 또 아들이 아버지의 경제적 지위를 물려받는 대물림 비율은 약 30%이고, 나머지 70% 중 절반은 위쪽으로, 절반은 아래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분석 결과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세대간 계층이동이 활발한 편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영국, 미국, 브라질 등은 세대간 이동 가능성이 낮은 편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은 높은 편이다. 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30대 중·후반 세대까지는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상위 직종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데다, 교육기회 형평성이 높아지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도 교육이라는 ‘동아줄’을 통해 이런 일자리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리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체 일자리 수 증가 자체가 부진하다. 여기에 사교육 시장의 심화에 따라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에 끼치는 영향이 커져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학 진학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등으로 재산을 불린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경제력을 물려주는 현상도 활발해질 수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짓는 구조를 방지하는 것은 사회통합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장학금을 확충하고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를 줄이는 등 ‘기회의 균등’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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