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32명 등 총 380명…올해 실적 반영
둘째딸 이서현, 맏사위 임우재 등 전무 발령
둘째딸 이서현, 맏사위 임우재 등 전무 발령
삼성그룹이 16일 올해 실적 호조와 조직 개편을 반영해 사상 최대 수준의 임원 승진인사를 했다. ‘이재용 체제’로 재편된 사장단에 이어 ‘젊은 피’를 대거 발탁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갈 차세대 시이오 후보군을 두텁게 하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가속화시켜 나가기 위한 인사”라고 밝혔다.
■ 부사장 승진 올해 초의 2배 이날 발표된 인사에서 승진자는 부사장(32명), 전무(88명), 상무(260명) 등 380명이다. 중역에 해당하는 전무·부사장 승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이고, 지난해 직급개편으로 상무보를 없앤 것을 고려하면 사상 최대 ‘승진 잔치’라 할 만하다. 지난해 실적개선을 이끈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이 부사장급 승진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외풍 때문에 승진 인사를 제대로 못했고, 세계 경기침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올린 데 대한 사기진작 차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대가가 있다’는 삼성의 인사 원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전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신진세력의 전진배치’가 뚜렷히 나타났다. 사장 승진자 대부분이 50대 초반으로 낮아진 것에 맞춰 부사장·전무 승진자의 나이도 40대 초중반까지 낮아졌다. 한명섭(삼성전자)·김성철(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 등 해당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내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이들이 발탁 승진했고, 최인아 제일기획 전무는 삼성에서 첫 여성 부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 오너 3세 전면 부상 이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함께 오너 일가 3세들이 모두 중역의 지위에 올랐다.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와 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는 올초 각각 승진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모두 승진 연한을 채운데 따른 것이며, 경영권 구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체된 옛 전략기획실 출신 등 오너 일가의 측근들은 이번에도 승진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룹 법무실 소속으로 삼성 특검 수사와 재판을 진두지휘한 김수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국세청 로비담당자’로 공개 지목했던 이선종 전무도 이번에 부사장을 달았다. 올 초 최주현(경영진단담당)·장충기(기획홍보팀장)·윤순봉(홍보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인력지원팀장을 지낸 정유성 전무, 이 전회장의 자금 관리인인 전용배 상무가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정도를 빼곤 거의 모두 승진한 셈이다.
■ 조직개편 방향도 윤곽 최지성 사장 단일체제로 출범하는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조직개편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부품과 세트로 나눴던 사업구조를 7개 독립 사업부제로 전환한다. 과거처럼 반도체·엘시디·휴대전화·디지털미디어 등 4개 총괄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독립사업부제로 전환하는 것은 각 사업부별로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며 “몇개의 사업부를 묶어 관리하는 총괄 시이오 체제가 아니라 개별 사업부문장이 직접 시이오와 소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별도 회사로 떼어냈던 카메라사업 부문(디지털이미징)도 다시 삼성전자 안의 사업부로 들어온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은 신사업 발굴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신사업추진팀을 추진단으로 한단계 격상시켜 김순택 부회장을 책임자로 앉혔다. 통상 고참급 사장이 맡아왔던 종합기술원장에 차세대 반도체 전문가인 김기남 사장을 전격적으로 승진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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