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5% 성장률 전망에도 금리인상 회피 흐름
“선거대비 경기부양 의도” “경제 아직 불확실” 논란
“선거대비 경기부양 의도” “경제 아직 불확실” 논란
“우리 경제가 내년에 5% 내외의 성장을 하겠지만, 세계경제의 변수가 여러 가지 있다. 내년에 출구전략을 써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내년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내년에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4%)을 웃도는 5% 성장을 하겠지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2%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정부정책 기조에 대해 ‘인위적 경기부양’이라는 비판과 내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적절한 조처라는 찬반양론이 크게 부딪치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내년도 성장률을 (낮게 잡아) 4%로 보든 5% 이상으로 보든 기준금리 2%는 적정 수준 이하”라며 “이런 초저금리가 계속되면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하고,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자산가격 버블(거품)과 물가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내년 경기가 불황이더라도 ‘비상국면’에서는 벗어났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정도의 저금리정책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태도를 정치적인 맥락에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의 출구전략 연기는 일단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어떻게든 경기를 띄워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리인상을 막는 이유도 부동산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우려해서”라고 말했다. 정부가 비상조처들을 성장 우선 정책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내년 성장률 5%는 올해 성장률(0~1%)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수치만 높게 나오는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도 여전히 소득과 고용이 부진하면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의 차이가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며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자칫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를 꺼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출구전략(금융위기 때 도입했던 각종 비상조처들을 정상화시키는 것)에 대한 태도는 두바이 사태를 거치면서 더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정부는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신속지원 조처), 건설사 대주단 등의 운영 시한을 올 연말에서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금리인상을 반대한다고 공언하고 있는데다, 내년 상반기는 이성태 한은 총재 임기가 만료되고 새 총재가 임명되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내년 물가상승률 목표를 기존 2.5~3.5%에서 2~4%로 변경한 것도 금리인상 요구를 피해가기 위한 조처로 해석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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