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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짬짜미 잡는 ‘리니언시’제도란?

등록 2009-12-06 17:59

[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불공정행위 먼저 자진신고하면 제재 감면
공범들 신뢰 깨 은밀한 거래 덜미 잡는 효과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이론을 아시죠? 공범 ㄱ과 ㄴ에게 먼저 상대의 범죄 혐의를 고백하면 감형을, 반대의 경우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선택지를 줍니다. 둘 다 혐의를 부인하면 풀려나지만, 결국 상대를 믿지 못해 대부분 고백을 선택한다는 것이죠.

‘리니언시’(Leniency·관대한 처분) 제도는 이런 게임이론을 기업들의 짬짜미(담합) 범죄 적발에 그대로 원용한 제도입니다. 불공정행위를 먼저 자진신고한 기업에 과징금 등의 제재를 면제 또는 대폭 감면해 주는 것입니다.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행해지는 짬짜미는 사실 내부자 고발이나 협조 없이는 혐의를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입니다. 미국(1993년), 유럽연합(1996년)에 이어 우리는 1997년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초기에는 별 효과를 못 봤습니다. 2004년까지 8년 동안 자진신고 건수는 5건으로 한 해에 1건도 안 됐습니다. 무엇보다 동업자를 배신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저항감이 컸고, 제재를 감면해주는 기준과 혜택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고자(경쟁당국은 ‘조사협조자’라고 부릅니다)들이 ‘자백의 대가’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자진신고 건수는 2005년 이후 연평균 10건, 지난해에는 21건으로 껑충 늘었습니다. 경쟁당국이 그해 관련 규정을 대폭 바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강화한 결과입니다. 1순위 신고자는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고 두번째 신고자는 50% 감면 혜택을 줬습니다. 경쟁당국이 임의적 판단을 할 수 없도록 감면 사유도 명확히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징금 최고액을 담합 기간 총매출액의 5%에서 10%로 갑절 높였습니다. 리니언시는 특히 장기간 지속된 짬짜미를 적발하는 데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6년간 판매가격을 짬짜미한 밀가루를 비롯해, 석유화학제품(11년), 설탕(14년) 담합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외국에선 짬자미 제재가 훨씬 엄합니다. 미국 독점금지법은 담합 기간 총매출액의 무려 45~80%를 과징금으로 매깁니다. 국제 카르텔 제재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담합하다 각각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었고, 관련 임직원들이 미국에서 옥살이까지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액화석유가스(LPG) 업체 6곳이 6700억원의 최대 과징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잘못하다간 기업이 아예 문을 닫을 정도이니, 리니언시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은 더 커지는 셈입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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