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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제2의 중국러시 “저임금 아니라 시장을 노려라”

등록 2009-11-17 08:45

현대차·삼성·엘지 등 개발부터 완성까지 대규모 진출
“생산기지형 투자 채산성 잃어” 업종도 첨단기술로 전환
#1.현대차는 내년 중국시장에 새 완성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새 모델은 개발과 설계, 부품 조달과 완성차 조립까지 거의 모든 공정을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최초 모델이다. 중국 내수시장만을 겨냥한 첫 완성차 브랜드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아반떼 외관을 바꿔 내놓은 ‘웨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2.삼성전자와 엘지디스플레이(LGD)가 중국에 짓기로 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에는 첨단 부품과 장비들이 대거 투입된다. 부품을 가져다 조립만하는 모듈 공정이 아니다. 기술유출 논란에도 정부는 최근 두 회사의 수출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엘지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가지 않았으면 대만이나 일본 업체들한테 선수를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 몸통이 간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 2의 ‘중국 러시’가 한창인 가운데, 중국 투자의 패러다임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화·현지화 추세가 뚜렷하다. 제조업의 경우, 개발·생산·판매 등 가치사슬 전반을 현지에서 완결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대기업들이 계열사 및 협력사들과 대규모 선단을 꾸린 ‘거점형’ 투자가 일반화 되고 있다. 최근 쑤저우에 엘시디 생산라인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 쪽은 “첨단 부품·장비가 많아 초기에는 완전한 현지화가 불가능하다”며 “계열사는 물론 경쟁력 있는 협력사들도 상당수 동반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지그룹은 난징에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 주요 3사가 입주한 대단지를 조성 중이고, 현대차는 베이징 외곽에 부품·모듈업체 수십개가 모인 클러스트(산업집적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곳에 제 3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 하청이나 제3국 수출을 위해 중소 제조업체들이 운영하던 공장은 대부분 베트남 등으로 밀려났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저임금 노동력에 기댄 생산기지형 투자는 채산성과 경쟁력 둘다 잃었다”며 “특히 중국의 내륙·내수 시장 확대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현지화는 필수불가결한 핵심 전략이 됐다. 중국의 경제·사회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과 지역을 선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순수 내수형 모델은 중국 현지에 완성차 라인 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등 모듈·부품라인, 연구개발센터 등이 함께 있기에 잘 팔릴 수 있다”며 “내수 모델 출시를 내륙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자기업 우대는 줄고 현지 기업과 노동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어 뭐든 ‘현지 조달’이 유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첨단업종으로 투자지역 확대 투자 업종은 서비스와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수출입은행 집계를 보면, 2000년대 초 90%에 이르던 제조업의 중국 투자 비중(금액 기준)은 지난해에 60%대까지 낮아졌다. 반면 금융·도소매·유통업 비중은 30%로 커졌다. 반도체·엘시디 등 첨단기술의 대중국 수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엘지디스플레이 고위 임원은 “중국과 기술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걸 알지만, 이젠 자본보다는 기술이 중국 투자의 핵심”이라며 “굴뚝산업이나 단순 조립라인은 갈 수도 없고 (중국이)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핵심 부품인 변속기 생산법인을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자회사로 옮기는 ‘편법’으로, 중국의 합작 요구를 피해가기도 했다. 코트라 중국팀 관계자는 “중국의 구매력 확대와 산업고도화 정책에 따라 서비스업과 첨단산업 투자가 늘고 있다”며 “제조업은 건별 투자 규모가 대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기존 대도시 외에 제2, 제3의 시장 진출을 꾀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레드오션을 피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것이다. 코트라 집계를 보면, 베이징 등 이른바 ‘1선 도시’들의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충칭·서안 쿤밍·항저우·선전 등의 판매율은 두자리수에 이른다. 박래정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3대 거대 경제권(상하이·베이징·광저우)이 포화상태 이르렀고, 중국 정부의 내륙 중시, 도-농 균형정책 따라 구매력이 내륙 지역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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