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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잘나가는 삼성전자의 ‘세 가지 고민’

등록 2009-11-02 11:58

1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중심 전환
2 차세대 먹거리·글로벌 인재 발굴
3 총수 중심 경영체제의 한계 극복
3분기(7~9월)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에 안팎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소니·파나소닉 등 글로벌 경쟁사들조차 “제품력과 경영능력에서 뒤졌다”며 패배를 자인할 정도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속내는 자신감과 동시에 ‘승자의 고민’이 짙게 깔려 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과거 양과 질의 경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을 곧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부품과 완제품(세트)의 ‘황금 분할’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 부품 사업에선 절대 강자가 됐고, 이어 세트인 휴대전화와 텔레비전이 바통을 이어받아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최대의 시너지를 내, 다른 경쟁사들이 넘보기 힘든 고유의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삼성은 창립 40돌을 맞아 이런 사업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부품·세트 중심 사업구조를 소프트웨어·콘텐츠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부품·세트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는 전통적인 제조업 플랫폼”이라며 “산업간 융합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솔루션 중심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 고민은 새 성장동력 찾기다. 성숙기에 접어든 현재의 주력 사업은, 경쟁은 치열한데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다. 삼성은 2007년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까지 꾸렸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태양전지나 바이오 산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베팅을 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내부 판단이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의 한 임원은 “현 주력사업을 강화하거나 연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며 “10년을 먹여 살릴 신수종 사업은 반도체만큼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새로운 동력은 새로운 인재에서 찾는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작업이 3~4년 전부터 답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인텔·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적인 혁신은 다름 아닌 사람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이 외국인 임직원을 대폭 늘리는 등 ‘열린 혁신, 열린 인사’를 2020년 경영 목표로 삼은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삼성전자 경영의 강점은 ‘시스템’과 ‘스피드’로 요약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선 경영적 판단과 시장 대응력이 삼성 경쟁력의 또다른 한 축이다. 그러나 2007년 하반기 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뒤로 그룹 시스템은 작동을 거의 멈췄다.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 집단 협의체에서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만, 신사업 진출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총수 중심의 경영 체제가 갖는 위험성과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전직 임원은 “최근 계열사 독립 경영과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강화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 등 여전히 경영 외적 변수가 많다”며 “오너십과 리더의 새로운 관계 설정 역시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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