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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개드는 관치금융…역풍 맞는 모피아

등록 2009-10-22 14:31

‘이정환 퇴진’ 압박설, 미소금융 기부금 강요 등 잡음
낙하산 인사 논란도…진동수 “동의 못해” 정면 반박
금융위기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모피아’(금융관료를 가리키는 속어)가 무리한 정책 추진과 낙하산 인사 논란 등으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급기야 진동수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관치금융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잠재우려 애를 쓰고 있다.

최근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은 모피아를 둘러싼 잡음이 터져나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16일 고별사를 통해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며 “금융정책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 압박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거래소 허가주의를 도입하려고 하자, 원래 정부 스스로 추진했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금융정책당국은 집요하게 반대 입장을 전개했다”며 금융당국의 모순적인 행태를 꼬집었다. 이 전 이사장의 퇴진은 정권 차원의 ‘미운털’이 주요인이지만, 사퇴 과정에서 ‘총대’를 메고 이씨를 압박한 곳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미소금융사업’ 역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2조원의 사업 재원을 삼성, 엘지 등 6대 그룹과 시중은행들이 나눠 내기로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지난 12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민주당)은 “대기업과 금융권에 기부금을 강요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노골적인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도 “금융위가 금융위기를 이용해 관료주의를 심화시키고, 금융정책을 포퓰리즘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이뤄진 황영기 전 케이비(KB)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도 금융당국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황 전 회장 징계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의 감독실패에 대한 비판여론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3일 금융위 국감장에는 황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다시 한 번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석이 된 금융 공기업 수장 자리에 연이어 관료 출신들이 내려가는 것도 눈총을 받고 있다. 이달 말 출범하는 정책금융공사 사장에는 옛 재정경제부 출신의 유재한씨가 내정됐고, 공모가 진행중인 증권금융 사장에는 금융위의 김영과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유력하다. 애초 거래소 후임 이사장도 관료 출신이 거론됐으나, 외압 논란이 일면서 일단 민간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번 정권 초기 ‘모피아’들은 ‘친시장·작은 정부’를 표방한 ‘엠비(MB)노믹스’의 위세에 눌려 잠시 숨죽이고 있어야 했다. 심지어 금융위원장 자리를 민간 출신(전광우)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관료들의 위기대응 능력이 절실해지자, 2기 경제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윤증현), 금융위원장(진동수), 경제수석(윤진식) 등을 모두 옛 재무부 출신이 차지하며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논란이 커지자 진동수(사진) 금융위원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치금융이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가 대출이나 투자에서 간섭한 게 있느냐, 사실 이번(금융위기)에 선진국은 더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정환 전 이사장 문제도 “자기가 자의로 물러났다”며 “모든 것은 23일 국정감사에서 다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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