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동부그룹이 계열사를 파는 대신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 등 독자적인 자구 계획을 내놨다.
동부그룹은 19일 “김 회장이 유가증권 등 1조원가량의 사재 중 3500억원을 출연해 동부메탈 지분 50%를 인수해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산업은행을 통한 동부메탈의 매각 협상은 중단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의 지속적인 적자와 과다 차입금 등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지난 5월부터 동부하이텍이 100% 지분을 보유한 동부메탈을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여왔다.
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농업 부문을 포기하는 방안도 내놨다. 동부는 1조9000억원에 이르는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의 부채 해소를 위해 동부하이텍 농업부문 분사와 매각, 보유 부동산 처분 등으로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동부의 이런 자구책에 대해 “반도체를 제외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무엇보다 채권단과의 약정을 지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올해 말까지 동부가 자구노력을 통해 9000억원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동부하이텍의 신디케이트론 1조2000억원의 만기를 2012년 말 이후로 연기해줬다. 동부는 지금까지 4300억원을 마련했으며, 연내에 김 회장의 사재 출연분(3500억원)에 추가로 1000억원가량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압박을 피하려는 조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나니까 알짜 계열사를 팔지 않으려는 것 같은데, 이런 정도로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재를 내놓는 것은 긍정적이나,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회승 김경락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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