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부회장
워크아웃뒤 첫 간담회 “내달 합병…2011년말 재상장”
팬택계열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3년여 만에 합병 카드를 내놓으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최고경영자인 박병엽(사진) 부회장은 워크아웃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오는 2013년까지 휴대전화 판매량과 매출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는 한편, 워크아웃이 끝나는 2011년 말 즈음에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은 15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3분기 실적 설명회를 겸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다음달 임시 주총에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합병비율 1대 1.312)의 합병을 의결하고 오는 12월30일 합병 법인 ㈜팬택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택계열은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팬택앤큐리텔과 에스케이텔레텍을 흡수한 ㈜팬택 양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팬택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박병엽 부회장은 “워크아웃 이후 꾸준히 다진 내실을 바탕으로 유럽·아시아 시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며 “향후 2년여 동안은 이익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집중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013년 휴대전화 판매량은 2500만대, 매출은 5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팬택의 올해 매출은 2조2000억억원(판매 1100만대)로 추정된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워크아웃 개시 이후 9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는 견실한 실적을 올렸다. 올들어서는 협력사인 퀄컴의 로열티 미수금(7600만달러)을 자본금으로 전환하고 채권단이 2000여억원을 추가로 출자전환함으로써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났다.
팬택계열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오다, 2006년 시장 경쟁 격화로 유동성 위기가 닥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때 벤처 성장의 상징이었던 박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모두 내놓고 전문경영인으로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 부회장은 “한번 실패를 경험한 만큼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며 재기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팬택 채권단은 워크아웃이 종료되고 나면 박 부회장한테 팬택 주식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청구권을 담보로 투자금을 유치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대주주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