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안방극장’ 개봉박두
한국전자전서 삼성·엘지 입체영상 TV 선보여
콘텐츠 늘고 기술 발전…내년께 상용화 전망
콘텐츠 늘고 기술 발전…내년께 상용화 전망
“게임 캐릭터가 화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생생하게 움직이니까 참 신기하네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13일 개막한 한국전자산업대전에선, 3차원 입체영상(3D) 기기들이 출품된 ‘3D 엑스포관’에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쏠렸다. 화면 속 등장인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직접 체험한 관람객들은 연신 탄성을 쏟아냈다. 체험관 바로 옆에서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국내 처음으로 인공위성 무궁화호를 통해 전국에 3D 방송을 송출하는 시험방송을 시연했다.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3D 칩이 내장된 텔레비전이 본격 시판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1~2년 안에 집에서도 3D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영상의 뒤를 3D 영상 기술과 콘텐츠, 하드웨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텔레비전으로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나란히 초고화질 3D 텔레비전을 선보였다. 삼성은 전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제품을, 엘지는 버튼 하나로 2D와 3D를 전환할 수 있는 모델을 각각 공개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3D 콘텐츠 수급이 활발해지는 연말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3차원 입체영상 분야에선 일본 업체들이 한발 앞서 있다. 소니·파나소닉 등은 2010년을 ‘3D 텔레비전 원년’으로 삼겠다며 관련 제품 상용화에 팔을 겉어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 평판 텔레비전 시장에서 한국에 뒤진 일본 업체들이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려 ‘3D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는 이른 시점이지만, 우리도 초기 기술과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3차원 입체영상은 1980년대에도 한때 붐이 일었지만 시장 형성에 실패한 적이 있다. 3D 영상을 구현하는 고화질 기술과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3D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고 있고, 3차원 영상에 필수적인 고해상도 기술도 크게 발전했다. 3D 상용화의 걸림돌들이 개선되면서, 게임·영화·방송·가전 등 연관 산업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3D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0.1%에서 2015년에는 5%대에 이르고, 이 가운데 3D 텔레비전 시장은 2012년 300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전환할 때처럼 폭발적인 3D 수요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3D는 기존 디지털 영상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그 이유다. 영화의 경우, 이미 2차원 영상의 한계에 봉착했고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3D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일반 가정의 텔레비전과 방송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지홍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디지털 텔레비전이 충분히 고화질을 구현하고 있는데, 일반 가정에서 텔레비전으로 입체영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금보다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3D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관련 콘텐츠도 훨씬 더 풍부해져야 한다. 자칫 ‘볼 수는 있으나 볼 게 없는’ 시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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