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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쪼개고 합치고…‘본게임’ 몸만들기

등록 2009-10-12 19:01수정 2009-10-12 22:26

CCTV·LCD 등 계열사별 연관사업 분리하거나 집중
환율불안·수요부진 등 대비, 경쟁력·효율성 확보전략
삼성·엘지 중복사업 교통정리 ‘가속도’

만들고, 쪼개고, 다시 합치고….

삼성과 엘지(LG)그룹이 계열사 및 사업부문간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연관 사업을 한 곳으로 몰아주거나, 거꾸로 일부 사업부문을 떼내 독자 경영에 나서기도 한다. 세계경기 침체에도 상당한 실적과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두 그룹이 기존 조직 구도에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뭘까?

■어떻게 바꾸나? 삼성은 전자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중복사업의 교통정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그동안 삼성전자 삼성테크윈·에스원 등에서 각각 영위해 온 시시티브이(CCTV) 등 영상보안장비 사업을 테크윈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세 계열사가 보유중인 국내외 생산기지·연구인력·판매망 등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상보안장비 시장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어 이젠 내부경쟁이 아닌 ‘주력군’을 정해 대응해야 할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보안장비는 연간 100억달러 규모에 수익성도 15%를 웃돈다. 올 초 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을 떼내 독립한 삼성디지털이미징은 다시 삼성전자로 흡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글로벌 판매망을 가진 삼성전자가 맡아야 더 효과적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제품의 특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몰아주기’와 ‘떼어내기’ 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숙기 제품은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 극대화를 꾀하고, 투자회수 초기 단계 제품은 분리를 통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며 “이런 추세는 태양광·바이오 등 다른 ‘신수종 사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은 개화 단계인 발광다이오드(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올들어 삼성엘이디(삼성전자-삼성전기)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전자-삼성에스디아이)로 각각 떼어낸 바 있다.


엘지는 계열사간 협업체제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최근 엘지이노텍의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사업부문을 인수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모듈이란 엘시디 패널에 각종 구동장치를 더해 조립하는 후공정이다. 엘지디에서 조립까지 전체 공정을 통합 관할하고, 그 대신 이노텍은 차세대 시장인 엘이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당장 이노텍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잃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트-부품 계열사간 협업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엘지전자의 한 임원은 “삼성은 확실한 세트(삼성전자) 우위 시스템인 반면에 엘지는 그동안 수평적 협업을 강조해왔다”며 “계열사간 영역과 책임, 성과를 좀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이 최근 엘시디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것도 계열사간 분업을 강화해 시장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왜 바꾸나? 삼성·엘지의 이런 움직임에는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둬야 한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수출 대기업, 특히 전자업계의 경우 올 4분기 이후에는 원화 강세와 글로벌 수요부진 지속, 주요 경쟁업체들의 반격 등 위기 요인이 적지 않다”며 “큰 위기를 넘긴 지금부터 사실상 본게임이 펼쳐진다”고 진단했다. 위기를 추스린 글로벌 기업의 반격이 가시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환율 효과는 사라지고 있고, 본격적인 수효 회복이 뒤따르지 않으면 수익성은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내년에는 글로벌 업체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환율과 금리, 유가 등을 시장보다 보수적 기준으로 놓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기로 했다. 엘지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이나 엘지나 3분기를 정점으로 경영 실적은 주춤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 전망이 아니냐”며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이를 발판으로 최대한 핵심 역량을 키우고 효율성을 높여 놔야 지속적으로 시장 우위와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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