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통위 열어…“우리 상황 맞게 금리 결정”
전문가 “조기 금리인상을” “더블딥 우려” 찬반
전문가 “조기 금리인상을” “더블딥 우려” 찬반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중앙은행이 6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오는 9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기 금리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하강) 우려가 여전하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은의 판단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국내 부동산시장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오스트레일리아 금리인상, 한은에도 영향 줄 듯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은의 운신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국제공조론’을 들어왔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의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런 주장의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가중인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호주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고 거리를 두면서도 “국제공조는 이웃나라 영향을 생각하면서 하라는 것이지, 모든 나라가 동시에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출구전략은 자기 나라 형편에 맞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 주장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는 의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이번 금통위는 경제상황이 호전된 국가들부터 선제적으로 출구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음을 강조할 것”이라며 한은이 11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노르웨이, 인도, 중국 등과 함께 ‘조기인상 국가군’으로 꼽혀왔다.
■ “더블딥 우려 금리인상 반대”…부동산이 키워드 금리인상 반대론자들은 경제회복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실업률(9.8%)이 26년 만의 최고치로 나타나면서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경기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민간부문의 자생력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민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는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며 “자생적 수요 회복이 아직 약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천 한은 부총재보는 “국내 경기 흐름은 회복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견조하게 잘 가느냐가 문제”라며 “수출 쪽은 강하게 회복되는데 설비투자 쪽이 좋지 않다”고 중립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앞으로 한은의 행보를 결정할 열쇳말은 ‘부동산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가 금리을 인상한 주요 근거 중 하나도 주택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른다는 것이었다. 이성태 총재는 지난 9월 금통위 직후 부동산가격에 대해 강하게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이날 간담회에서도 “다른 나라는 부동산이 내렸다가 다시 오르고 있는데, 우리는 별로 안 내린 상태에서 오르고 있어 조짐이 좋지 않다”며 “지금까지는 큰 사고 안 치고 올라왔는데, 더 확산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은 정부가 9월초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뒤로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지만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안선희 기자, 이스탄불/김기태 기자 shan@hani.co.kr
한은, 부동산 과열땐 호주처럼 ‘출구’ 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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