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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우리금융 민영화 시동…주인찾기 ‘미로’속으로

등록 2009-10-04 19:00수정 2009-10-04 23:35

우리금융그룹 현황
우리금융그룹 현황
공적자금위 1일 현안보고 받아…지분매각 논의착수
황영기사태 계기 민영화론 가속도…내년초 본격화
‘국민연금+산업자본’인수, ‘하나금융 합병설’등 대두
공적자금위원회(공자위)가 지난 1일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우리금융그룹 현황을 보고받고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예보)가 주인인 우리금융은 최근 황영기 전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의 징계 사태를 계기로 조속한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을 키울 만한 능력과 의지를 가진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공자위, 매각작업 시작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10조원 이상이 들어간 은행으로, 예보가 73%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 대규모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낸 사건은 자질보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려보내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 연임을 위해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경영진 행태 등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폐해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안에서도 빨리 민영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소수지분(경영권과 관련된 50%+1주를 제외한 23%) 매각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1일 공자위 매각소위는 예보 보고를 받은 뒤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이번달 안으로 공자위 전체회의에 우리금융 소수지분 매각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지난해 초 유보된 ‘7% 블록세일’(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기관투자가에게 한꺼번에 파는 방식)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 국민연금+산업자본 연합 인수?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은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경영권을 가져갈 지배주주를 찾는 일이다. 지난 1일 현재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8962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지분 30~50%를 인수하는 데 5조~7조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 자금 여력을 가진 곳을 국내에서 찾기란 녹록지 않다. 더구나 일반 대기업(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을 9% 이상 가질 수 없다.

정부 내부에서는 단일 지배주주 없이 연기금과 산업자본 4~5곳이 10% 안팎씩 쪼개서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단독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할 곳을 찾기는 어렵다”며 “국민연금이 10~20%의 지분을 가져가고 산업자본 몇 군데가 5~9% 정도씩 사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서 연기금의 은행 소유 제한을 없앤 것도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이 불확실한 곳에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한 돈을 수조원씩 투자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일 가능성이 크다. 주머니만 옮겼을 뿐 여전히 정부 우산 아래 놓인다는 것도 약점이다. 산업자본을 끌어들일 유인도 약하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산업자본이 경영권을 가질 수도 없고 특별히 사업 시너지도 없는 곳에 몇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 하나금융 합병설 등 대두 최근 증권가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지주나 신한지주는 특별히 덩치를 더 키울 필요가 없지만 하나지주는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작아 시장 입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하나지주는 현재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자금이 너무 크다는 점, 하나 쪽에서 주식 교환을 통한 대등 합병을 원하는 경우에는 예보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등이 난제로 꼽히고 있다.


외국 자본에 넘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자본한테는 5조~7조원이 큰돈이지만 외국 자본은 이 정도는 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주요 외국 은행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뒤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민주 방식을 주장하기도 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선진국 대부분의 은행은 주인이 없고 지분이 분산돼 있다”며 “어차피 지배주주를 찾기는 힘들기 때문에 공모를 통해 소유를 분산시키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식을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다는 점 등을 들어 국민주 방식에 부정적이다.

■ 내년초쯤 공론화할 듯 정부는 일단 올해 안에 소수지분 매각 작업을 시작한 뒤 내년 초께 본격적인 주인 찾기 공론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덩치가 너무 커져 매각이 어렵게 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단 경제가 안정되고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지금은 어려워 보이는 방안들도 현실성이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국내 금융산업 재편 등을 고려해 어떤 쪽으로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가 최근 외환은행을 1년 안에 팔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고, 산업은행의 민영화도 예고돼 있어 정부의 금융권 새판짜기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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