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퇴임식…빈자리 혈전 예고
강정원 ‘행장-회장’ 겸임론 강세
‘강 회장+제3의 행장’ 가능성도
강정원 ‘행장-회장’ 겸임론 강세
‘강 회장+제3의 행장’ 가능성도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파생상품 손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황영기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회장직에서 공식 퇴임한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과연 누가 후임이 될지 금융업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케이비금융지주 관계자는 “29일 케이비금융지주 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념식을 끝으로 황 회장이 공식 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정관에 따라 후임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강정원 국민은행 행장이 회장직을 직무대행하게 된다. 후임 회장 인선은 이사회가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한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격적인 인선 절차를 언제부터 추진할지 지금 못박기는 힘들다”며 “일단은 대행 체제에 혼란이 없도록 (강 행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금융업계에서는 후임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단 유력한 후보 중의 한 명은 강정원 행장이다. 강 행장의 다소 보수적인 영업 스타일은 우리은행 부실사태 뒤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행장-회장 겸임론’을 강하게 미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의 한 본부장은 “금융위기로 노하우와 경험이 많은 최고경영자(CEO)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케이비금융은 은행 비중이 95% 이상이기 때문에 행장이 회장을 겸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은행장을 세 번 연임한 경우는 없었다”며 “겸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은 내년 10월로 두 번째 행장 임기가 끝난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 사퇴를 사실상 유도한 금융당국이 후임 인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케이비는 순수한 민간회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힘을 쓸 통로가 전혀 없다”며 “전적으로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또 “지금 정부 쪽 인사가 내려간다면 황 회장의 징계까지 순수성을 의심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피아(금융관료) 자리를 만들기 위해 황 회장을 쫓아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거라는 의미다.
그러나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 금융업계 출신이 가도 ‘경쟁 업체에서 왔다’는 점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며 “강 행장이 회장으로 가고, 강 행장이 정부와 교감 있는 인사를 후임 행장으로 영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현재 업계 주변에서는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전 재정경제부 차관),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이덕훈 전 금통위원·우리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선희 김경락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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