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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물 고갈, 이산화탄소 배출…생수의 뒷맛은 쓰다

등록 2009-09-28 22:02

물 고갈, 이산화탄소 배출…생수의 뒷맛은 쓰다
물 고갈, 이산화탄소 배출…생수의 뒷맛은 쓰다
[물산업 특집]
태화강 발원지 생수공장 논란…“시민의 물 사유화” 반발 확산
500㎖당 10.7g 온실가스 배출…사업 시작 때 면밀한 검토 필요
국민 한해 생수 소비량 500㎖ 57억병
생산공정 온실가스 배출량 6만933톤
CO2 흡수 위해 나무 2300만 그루 필요

울산 태화강 발원지인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구화사 입구에는 회색 벽에 파란색 지붕을 인 커다란 조립식 건물이 두 채 들어서 있다. 지역 업체인 ㅊ사가 ‘먹는샘물’(생수의 법정 용어)을 생산하기 위해 지은 공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울산시에서 샘물 개발 ‘가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정식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업체는 내년 4월부터 생수를 개발해 시판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환경오염 논란에 얽혀 난관에 부딪혀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한 지역 시민사회에선 “태화강 발원지에 생수 공장이 건립되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시민의 물이 사유화된다”며 공장 설립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정식 허가도 안 난 상태에서 산 중턱을 깎아 공장을 지어놓고 생수 개발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 생수공장이 가동되면 장기적으로 태화강 발원지의 물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반발에 압박을 느낀 울산시는 이 생수 공장에 대한 정식 허가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태화강 발원지의 생수 공장 건립을 둘러싼 이런 논란은 생수 산업에 얽혀 있는 환경오염 논란의 한 예다.

생수 산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환경 이슈는 이처럼 취수지(물을 채취하는 곳) 인근을 오염시키고 일종의 공공재인 지하수를 마르게 할 것이란 염려에서 비롯된다. 생수 산업에 나서기 위해선 여러 가지 행정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생수 사업을 하려면 우선 샘물 산업 가허가를 받고, 해당 시도에 사업계획서를 내도록 돼 있다. 이어 해당 시·군·구청에서 취수정을 오염시킬 우려가 없는지를 따지게 된다. 시도는 이를 근거로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가허가를 내준다. 이때 수질 오염 방지 시설 설치, 원상복구 계획, 토지사용 계획 등을 따지게 된다. 또 가허가에서 정식 허가로 넘어가기 전에 지방환경청에서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야 한다. 태화강 발원지에서 생수 사업을 하려던 ㅊ사는 마지막 단계에서 고배를 마실 처지에 빠져 있는 것이다.

생수 산업을 둘러싼 환경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생수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이를 마시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많이 만들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생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이 있는 지역의 지하수 오염과 고갈, 생수를 담기 위한 페트병 용기의 생산과 배출, 제품 배송을 위한 에너지 사용 탓에 온실가스 발생을 비롯한 환경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는다.

환경 부담은 일반적으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개념으로 표현된다. 2006년 영국 의회 과학기술처(POST)에서 만든 이 용어는 소비되는 제품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며 무게 단위인 ㎏이나, 심어야 하는 나무 그루 수로 수치를 나타낸다. 땅에서 걸을 때 발자국을 남기듯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 환경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울산 태화강 발원지 근처에 들어선 생수 공장 건물. 현재 가허가를 받은 상태이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에 따라 좌초될 위기에 빠져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울산 태화강 발원지 근처에 들어선 생수 공장 건물. 현재 가허가를 받은 상태이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에 따라 좌초될 위기에 빠져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예컨대 무게 5g인 종이컵의 탄소 발자국은 그 두 배에 이르는 11g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종이컵은 약 120억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탄소 발자국으로 환산하면 13만2000t에 이른다. 이 정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선 4700만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으로 환경단체에선 추산하고 있다. 국민 1인당 한 그루꼴이다.

생수 산업에도 이런 문제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물을 담는 플라스틱병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 생수가 산 넘고 물 건너 이동하고 또다시 트럭으로 운반되는 동안 길고 넓은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500㎖ 생수 한 병의 탄소 발자국은 10.69g으로 계산돼 있다. 종이컵 1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종이컵이나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다면 지구 온난화에 상당히 가세하는 셈이다.

국내 생수 산업에서 비롯되는 환경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소비된 생수는 수입산을 포함해 28억5857만ℓ로 집계돼 있다. 물론 여기에는 사무실에서 주로 소비되는 18.9ℓ나 13ℓ짜리 생수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소비되는 생수를 500㎖ 생수병으로 따지면 57억1715만병으로 계산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00병을 웃도는 수준이다. 총량으로 따져 종이컵에 비롯되는 환경 부담의 절반가량이다.

국경을 이동하는 수입 생수의 탄소 발자국은 특히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의 조사 사례를 보면, 영국에서 생수 1ℓ를 생산하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대략 0.3g 정도인데, 프랑스의 ‘에비앙’ 생수를 영국으로 가져가는 데는 무려 172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웃 나라 간에도 이런 정도이니, 지구 반대편으로 생수를 싣고 가는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이보다 훨씬 더 증가할 게 명백하다.

생수에서 비롯되는 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을 끓이거나 정수하지 않고 그냥 마시는 일이 드물게 된 마당이어서 생수를 마냥 외면하고 살 수는 없게 된 실정이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생수 산업에서 폐기물이 많이 나오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생수의 편리성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예컨대 등산갈 때 너도나도 한 병씩 사서 들고 가기엔 그만한 게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결국 수돗물 불신 탓에 생수 산업이 융성하는 것”이라며 “공공재인 수돗물을 국가가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이지 생수 산업을 불필요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제품 운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내보내는 것은 모든 산업에 공통된 요인인데, 유독 생수업계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관련 업체들의 항변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생수업계 쪽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지역사회의 환경에 끼칠 영향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사업 개시 뒤에도 수원지 오염과 페트병 양산 같은 환경 문제 가능성을 줄이는 일에 깊은 관심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수개발 공장에 페트병 제조 공정을 같이 둠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운송 과정의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줄이는 것도 그런 노력의 작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수돗물과 수질기준 비슷…가격은 2000배 비싸

‘수돗물에 견줘 최고 1000배나 비싼 값임에도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거나 건강에 이로운 것도 아니다.’ 세계 최대 민간 자연보호 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생수(Bottled Water)를 혹평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2001년 4월이었다.

8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환경부에 문의해본 결과, 수돗물 값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t당 720~730원으로 책정돼 있다고 한다. 이에 견줘 500㎖짜리 생수 한 병 값은 700~800원 수준이니 1t 분량의 생수는 140만~160만원에 이른다. 생수가 수돗물보다 2000배 안팎 비싼 셈이다.

생수가 비싼 만큼 그만한 값을 하는 건 아니라고 환경부 쪽은 늘 주장해왔다. 가격 차이는 극심해도 수질검사 기준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기준을 보면, 수돗물은 모두 55개 항목의 수질 기준을 지키게 돼 있다. 납(Pb) 0.05㎎/ℓ, 불소 1.5㎎/ℓ, 페놀 0.005㎎/ℓ, 철 0.3㎎/ℓ 등이 그것이다. 생수의 수질 기준 항목은 이보다 적은 52개이다. 생수의 원수(原水·인공처리 되기 전의 물)에 적용되는 47개 항목에다 맛에 영향을 주는 경도, 증발 잔류물 등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기준이 더 강한 것은 소독 부산물 항목을 일부 추가한 것 때문이라고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한다.

검사 기준으로 따져볼 때 질적 차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두 제품 사이에 커다란 가격 차이가 유지되고 있는 배경에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가정이나 기업에서나 요즘엔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대략 1% 안팎으로 정부에선 추정하고 있다. 몸에 해로운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 쓰는 염소(Cl)의 잔류 성분 탓에 수돗물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점도 수돗물 이용 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질 기준 항목이 많다는 게 수돗물 품질을 보증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환경부 기준을 맞춘 수돗물이라고 해도 낡은 상수도관, 공동주택의 저수조나 옥내 급수관의 부실 관리 등을 고려할 때 가정에 최종적으로 배달된 수돗물에 대해선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수업계의 번창 요인은 이래저래 많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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