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충돌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29일 오후 국회 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성태 총재(왼쪽)와 윤증현 장관(중앙). 김봉규 기자 bongh9@hani.co.kr
재정부, 국회에 “현시점 개정 바람직 안해” 의견 제출
한국은행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정기국회서 개정”
한국은행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정기국회서 개정”
기획재정부가 17일 ‘한국은행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금융위기 뒤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추진된 한은법 개정 작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은 쪽에선 여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재정부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한국은행법 개정에 대한 의견’ 보고서에서 “한은법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서 한은법 개편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국민경제자문회의 한은법 티에프(TF)의 기본 입장에 동의한다”며 “국제 논의가 정돈되고 금융위기 상황 극복 이후 충분한 연구검토와 관계기관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맥락에서 중앙은행 제도개선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한은법 개정을 지금 추진하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 6월 한은법 개정 논의를 위한 티에프(위원장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를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아래에 꾸렸으며, 티에프는 논의 결과를 지난 15일 정부에 제출했다. 티에프는 “한은에 단독 검사·조사권 부여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검사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재정부는 전했다.
이런 의견은 지난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한은법 개정안과 배치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애초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해, 금융기관 조사·검사권과 함께 비은행권에 대한 자료 요구권도 부여하는 등 시장규율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재정부도 이런 개정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바 있다.
한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 출석해 “(한은법 중) 몇 가지 수정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좋다”며 재정부 쪽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해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 총재는 “(한은법 개정을 통해)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이 좀 더 명시적으로 부여된다면 금융불안이 누적된다든가 했을 때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고, 혹시 한은의 자금능력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미리 짜놓은 판에 사후적으로 참가할 때와는 강도와 속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회 재정위 소속 김성식 의원(한나라당)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재정부가 대안도 없이 내년으로 마냥 미루자고 하면 의지와 책임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며 “재정부 의견을 참고해 다시 논의를 벌이겠지만, 소위안대로 올해 정기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은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배 황보연 기자kimyb@hani.co.kr
한국은행법 개정에 대한 견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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