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원금, 계산에 불포함…“부동산 충격 줄이려 편법” 지적
* DTI : 총부채상환비율
* DTI : 총부채상환비율
금융당국이 지난 7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지만, 기존 대출의 원금은 원리금 계산 때 포함시키지 않아 ‘반쪽짜리 디티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대출자의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금을 제한해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겠다는 애초 금융당국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부동산 시장과 은행 대출 영업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
15일 시중은행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은행권에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을 계산할 때 기존에 이미 받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의 원금은 상환해야 할 원리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자만 계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기존에 주택담보대출 1건(A), 신용대출 1건(B)을 받은 상태에서 새로 주택담보대출(C)을 받으려고 할 경우, 이 고객이 갚아야 할 연간 원리금에 대출 A와 B는 이자만 포함시키고, 대출 C만 원금과 이자를 포함시켜 비율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도 실제 대출자가 내고 있는 이율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월평균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만약 원리금 계산 때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포함시키면 이 고객이 새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수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특히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경우 소득이 아주 높은 경우를 제외하면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대출 원금까지 모두 넣는 것이 원칙에는 맞는데, 한꺼번에 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제외했다”며 “총부채상환비율이 금융의 ABC인 것은 맞지만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올까봐 전면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줄어들면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수 있고, 은행들도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타협책을 선택한 것 같다”며 “애초 취지는 퇴색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 제도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에서 1년에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1년 원리금/1년 소득)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 자기 소득으로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따져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규제로 은행 건전성을 위한 필수 제도로 꼽힌다.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통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만 따져왔으나, 정부가 2005년부터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는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지난달까지는 투기지역(40%)에 한해서만 시행돼왔으나 지난 7일부터 서울(50%)과 수도권(60%)으로 확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제도를 부동산 대책이 아닌 은행 건전성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기존 대출의 원금도 모두 포함시키고 투기지역·서울·수도권별로 다른 비율 기준도 단일화한 뒤, 영구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방안을 도입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4일 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는 은행 건전경영의 기초 지표로,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기 때문에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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