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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거품으로 선 경제 거품 될 우려

등록 2009-09-14 22:06수정 2009-09-15 13:59

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둘째)과 도날드 키이스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부사장(세번째) 등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에서 한국 증시의 에프티에스이 선진지수 편입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둘째)과 도날드 키이스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부사장(세번째) 등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에서 한국 증시의 에프티에스이 선진지수 편입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② 한국경제
소득기반 약한 내수에 재정 쏟아 ‘빚더미 소비’
정부지원·고환율 묘약에 기업들 체질개선 소홀
“위기가 끝났다구요? 전 아직 위기가 오지도 않았다고 봐요.”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세를 외치는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지더라도‘비관론자’의 길을 꿋꿋하게 고수하기로 했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얘기를 툭 던지자, “중요한 건 결국엔 ‘늑대’(위기)가 나타났다는 사실 아닌가”라고 농담 섞인 반문을 날렸다. 그는 한국 경제의 지난 1년은 정상적인 경기순환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2007년12월에 이미 ‘침체’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확인된 상태에요. 리먼 사태의 여파로 이른바 금융위기가 불거진 건 그 다음 일이고요. 당연히 남은 건 회복단계입니다.”

우리 경우는 달랐다. 리먼 사태라는 폭탄이 급작스레 날아들었을 무렵,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해지기는 했을지언정 적어도 평균적인 성장 추세를 넘어서는 수준은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지난 1년은 우리에겐 어찌보면 일종의 일시적인 쇼크(충격)나 극단적인 에피소드(일화)에 불과하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일시적 이상궤도로부터 ‘복귀과정’일 수는 있을지언정, 팽창-하강-침체-회복이라는 커다란 사이클을 그리며 자연스레 움직이는 경기순환 과정의 하나로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거품으로 선 경제 거품 될 우려
거품으로 선 경제 거품 될 우려
문제는 곤두박질치던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경제를 머지않아 사이클의 아래 과정(침체-회복)으로 내몰 수 있는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경기예측 전문가들 가운데 ‘낙관론자’로 통하는 오석태 에스시(SC)제일은행 상무 역시 ‘새로운 위기’에 대한 우려를 풀어내기는 마찬가지다. 오 상무는 내수가 충분히 가라앉지 않은 게 되레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수 부진을 우려하는 대부분 전문가들 목소리와는 영 딴판이다. “정부가 급한 불을 끄겠다며 재정지출을 엄청나게 늘렸는데, 민간소비마저 여전히 힘을 쓰고 있으니 경기가 가파르게 살아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민간소비가 경기를 떠받친 게 왜 문제일까? 중요한 건 ‘충분히 꺼지지 않은’ 민간소비의 배후엔, 실제 체력을 넘어서는 ‘빚쟁이의 거품 소비’가 도사리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고, 이 과정에서 원화가치의 하락이 우리 수출 대기업들한테 어부지리를 준 것도 이번 위기가 낳은 역설적인 결과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외환위기 때와 이번 금융위기 전후를 비교해 다른 점과 닮은 점을 이렇게 정리한다. 우선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엔 겉으로 드러난 금융사들의 단기외채 부담이 적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주체들의 체력을 넘어서는 ‘거품’이 위기를 낳고, 또한 극복과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거품으로 일어선 자는 다시 거품으로 위기를 맞는 법. 가파른 반등세를 이어가는 우리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끼게 하는 징후는 여럿 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가 진 실질적인 부채 규모를 뜻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697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65.1%에 이른다. 마치 육상 이어달리기 경주에서 앞주자(재정지출)가 열심히 내달릴 동안 다음 주자(가계)가 부채를 줄이면서 체력을 비축하기는 커녕 덩달아 내달리는 꼴이다. 이렇게 하면 정작 바통을 이어받을 즈음엔 앞으로 내달리지 못하고 제 풀에 주저앉고 만다.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들의 화려한 실적잔치를 이끌어온 고환율의 ‘약발’이 점차 사라지는 것도 우려스런 일이다.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00원에 머물면 기업들의 원화 기준 실적은 지난해보다 7.5% 줄고, 1100원까지 떨어지면 실적 감소폭은 15.2%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며 “고환율의 묘약에 취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게을리한 기업들에겐 머지않아 ‘환율의 저주’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위기의 ‘형태’와 ‘경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이제 위기는 그 나라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일종의 바이러스같은 것”이라며, “가계 부실과 자산 거품 등 바이러스에 취약한 부문들의 건전성을 높이고, 특히 정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만이 전염을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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